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칠한 꾸꾸 Jan 16. 2024

변신대장, '김밥'

이제는 글로벌 슈퍼스타가 되어 버린, 나의 미식로드

"오늘 점심은 어디로 갈까?"


점심시간 메뉴선정은 하루 중 내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별다를 것 없는 월급쟁이의 하루가 반복되고 잊을만 하면 힘든 일이 생겨도, 길지 않은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회사 주변 식당을 탐사하는 유흥마저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이 회사를 지금까지 다닐 수 있었을까? 사실 벌써부터 퇴직하면 쉽지 않아 질 이 유흥이 그리워지기까지 한다.


그러다가 간혹 마음에 드는 가계를 발견하기라도 하면, 한동안 이어지는 여운에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수일 내 기어코 동료들을 끌고 맛을 보이며 동의를 구한다. 이 정도면 꽤나 집착하는 취미이거나 힐링명상쯤일 수도 있겠다.


이런 행동으로 나는 사내에서 미식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친한 동료들은 안다.  단지 맘에 드는 무언가를 발견하면 주변사람들과 나누기를 좋아하는 오지라퍼라는 사실을 말이다.


'새로운 가계를 찾았어! 오늘 점심은 여기 어때?'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영락 없이 눈치를 채고 순순히 나의 기행에 동참해 준다. 아마도 이 녀석 또 시작이네.. 할 지도 모를 일이다.


주말에는 나만의 미식로드


 중에서도 유독 '김밥', '솥밥', '생선구이'는 내가 좋아하는 메뉴들이다. 혹자는 같은 메뉴가 식탁에 연달아 올라오기만 해도 싫다던데, 3가지 라면 나는 몇일씩 같은 메뉴여도 흔쾌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특히, '김밥'은 냉장고 속 재료상황과 기분에 따라 변신이 가능해서, 나는 그 변화무쌍한 다양성 때문에 무척이나 좋아다.


그래서, 주말 아침이 되면 여유롭게 김밥을 만드는 나만의 의식을 치른다. 금손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재료의 변주만 있다면 매번 새롭게 변신이 가능하니까!


요즘에는 단맛을 가득 담은 제주당근을 채 썰어 볶고 계란은 얇게 부친다. 여기에 오이의 씨를 빼고 길게 썰어 말기만 하면 그럴싸한 한상이 차려진다. 어떤 때는 단무지 대신 궁채 장아찌를 넣기도 하고, 묵은지를 물에 씻어 넣어 보기도 한다. 상추나 깻잎에 마요네즈를 버무린 참치를 말아 거나, 생연어를 넣기도 한다.


다양한 재료들로 맛과 멋을 낼 수 있는 재미가 있는 데다가, 워낙 좋아하는 메뉴이기까지 해서 나에게 김밥은 단연 최고의 최애 음식이 되었다.


오지라퍼의 당근 듬뿍 김밥


나의 레시피는 '밥 10% + 계란 30% + 당근 40% + 맛살, 오이 등 기타 20%'이다.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고 속재료의 양조절이 지 않아 터지고 굵기가 들쑥날쑥 하더니, 이제는 유명 김밥체인의 이모님 손을 따를 수는 없겠지만, 제법 모양도 그럴싸해 졌다. 이제는 대나무 발 없어도 쓱~ 쉽게 말아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아침잠이 없어져서 일찍 일어나게 되기라도 하는 날이면 김밥을 말아서 출근을 하기도 한다. 무료한 일상에서 동료들과 나누는 김밥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또한 먼 훗날까지 기억될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 내가 좋아하는 김밥집


매거진의 이전글 아프니까 팀장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