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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꾸꾸 Oct 27. 2023

달빛 비추는, 도심 속 산을 걷다

예민하게 오감을 열고, 어둠이 깊게 깔린 골짜기를 넘는다

한밤중에 산을 올라간다고?

서울로 이사하고 등산 카페를 가입했다

홈페이지 상단 메뉴로 [야간산행]?


무슨 일이건 인내심 없는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꾸준함'인데, 수년째 매주 정해진 요일, 시간마다 우면산 뿐 아니라 서울 곳곳 남산 / 관악산 / 북악산 / 아차산 / 매봉산 등에서 <야등>을 이어가고 있다.


나와 같은 신참의 안내까지 맡아주시는 리더(멘토)분을 따라 집 근처 우면산 야등에 도전해 보았다.

사당역 ~ 우면산 소망탑  / 왕복 8km  / 2시간


야간산행 중 내려다본 서울의 야경
함께한 일행들과 한 컷

- 야간산행 필수 준비물 -

1. 헤드랜턴

2. 등산스틱

3. 등산화  

4. 동료들

5. 기타 (호루라기, 물, 간단한 간식..)



해가 지기 시작하는 7시.. 편의점 앞으로 5명이 모였다.


닉네임으로 가벼운 인사 후, 둘레길 초입으로 가는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앞사람을 따라 줄지어 산길로 들어서면, 달빛과 앞선 사람들이 비추는 빛이 듬성듬성 산허리를 밝힌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대낮의 산행도 쉽지 않은데, 발끝을 비추는 작은 랜턴빛에 의지해서 걸어야 하는 야등은 곱절 더 예민해진다.


어두운 산길을 걷는다는 건 무서운 일이 분명한데도 처음 만나 함께하는 사람들의 앞서가는 등이,, 닳아서 보기 좋게 먼지탄 등산화가,, 흥얼거리는 콧노래에 섞인 숨소리가 안도감을 주는, 의외로 꽤나 유쾌한 여정이다. 코 속을 타고 들어오는 도심 산속의 밤공기는 상쾌하기까지 하다.


앞장선 리더는 갈라져 뻗어나간 낯설고 어두운 등산로 사이를 확신에 차서 걸어간다. 그러다가 이내 뒤를 돌아보고 격려하며 뒤쳐지는 후미까지 챙겨주신다. 버리고 가면 정말 무서울 텐데.. 그래서 한 번 더 기운을 내본다.


1시간가량 3번의 큰 능선을 넘어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르면, 반환지점인 소망탑에 도착한다. 바로 아래로 예술의 전당에서 남산타워까지 이어지는 현란한 서울의 야경을 만날 수 있다. 탑을 세 바퀴쯤 돌면서 소원을 빌고 가빠진 숨이 가라앉으이내 하산이다. 쉬는 시간이 거의 없는 빡빡한 운동코스다.


누구나 마주할 수 없는 색다른 서울의 야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서울을 만날 기회에 도전하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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