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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꾸꾸 Dec 07. 2023

마포 만두집에서 만난 이순신

지혜로 계책을 세우는 소통 공간 '운주당'

10월의 가을 어느 날에 만난

이상한 만두집 : 마포 '운주당'


마포역 인근에서 회의가 있었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동료와 뜨끈한 탕요리로 점심식사를 하자며, 인근「운주당」이라는 만두집을 찾아갔다. 


운주당? 가게 이름이 전통찻집이나 고택 현판에 어울릴 법한데?


높은 아파트단지들 사이로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단층의 상가건물이었는데, 낮은 입구문을 열고 좁은 복도를 지나니 12시도 되지 않은 시간인데도, 이미 만석이다. 우리는 대기예약을 하고 복도에 마련된 간이의자에 앉았다.


둘러보니 유명한 맛집 답게 복도의 양쪽 벽은 방문자들의 사진과 싸인으로 빼곡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가장 넓은 면을 할애하여 이순신 장군의 어록과 '운주당'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써놓은 것이다.


만두집 사장님의 작은 박물관에는 이순신에 대한 존경과 진심이 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덕분에 대기시간 20분이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갔고, '운주당'에 얽힌 스토리까지 덤으로 유쾌한 시간이 되었다.


물론, 운주당 주인장이 내어준 만두의 맛 또한 일품이었다. 그 옛날 이순신 장군이 여러 장군, 군관, 병졸들과 밤낮없이 의견을 나누던 서재의 이름을 차용한 이 이상한 만두집 '운주당'을, 주인장은 마음과 음식을 나누는 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제법 잘 어울리는 작명다.



이순신의 임진왜란과

도요토미 히데요시


지난달 말 오사카 여행을 다녀왔다. 교통패스를 제시하면 오사카성 무료입장이 가능하고 대도시의 중심부에 공원과 함께 웅장한 규모로 재건한 유적이 대표적 관광지로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아침부터 서둘러 오사카성으로 향했다. 


오전 9시 이른시간부터 건축물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과 주민들로 인산인해였다. 구조는 당초부터 쇼군의 안위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니, 높게 쌓아올린 석벽과 해자 등으로 무장된 폐쇠적 요새였다.


그 유적지 속에서 임진왜란을 시작했던 당사자인 도요토미는 '출세와 운'을 부르는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일본을 있게  그 영웅과 영광스러웠던 그들의 역사가 멋지게 전시하고 있었다.


같은 역사의 시간을 불꽃처럼 버텨냈던 우리들의 영웅을
나는 잊고 있었구나!

만두집에 갔다가..

올 겨울 한산도에 가고 싶어졌다!


오사카성의 관광객들이 만드는 파도에 휩쓸려 계단을 돌아내려 오는데, 문득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지난달 우연히 들렀던 마포의 그 이상한 만두집이 다시 생각난 순간이었다.


현재의 이순신 유적지는 한산도에 있다. 지금은 예전 ‘운주당’ 건물 자리에 영조 때 집을 짓고 ‘제승당’이라고 이름을 붙인 건물이 있는데, 제승당을 비롯해 영정을 모신 ‘충무사’와 ‘한산정’, ‘수루’ 등이 경내에 있는 사적지로 관리되고 있다.


운주당(運籌堂)은 '지혜로 계책을 세운다'는 뜻인데, 난중일기 속 이순신은 개인 서재인 이 공간을 병사들과 밤낮 없이 방책을 세우고 의논을 하던 공간으로 운용했었다. 모두에게 오픈하고 격 없이 소통하던 회의실이자 휴게실이었으며, 23전 23승의 역사가 시작된 이순신 소통 리더십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같은 '운주당'에서 이순신이 사탈관직되고 부임한 원균은 담을 쌓고 부하들 출입을 막아 폐쇄적이고 개인적 용도로 활용했다. 폐쇄적 구조였던 오사카성은 원균의 운주당을 떠올리게 한다. 


다들 많이 어려운 시기라고 한다. 힘이 약할수록 이순신과 같은 소통하는 리더십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토론하던 열린 공간「운주당(運籌堂)」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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