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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꾸꾸 Apr 14. 2024

사무실 냄새 대첩

말해야 할까? 참아야 할까? 나만 예민한 걸까?

나만 모르는 냄새

좋은 냄새? 나쁜 냄새?


나는 빵 덕후이다. 지역별 유명 빵집 투어를 하기도 하고 새로운 빵이 있다는 뉴스를 보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성의도 있다. 가끔은 사무실에서 빵을 나눠 먹기도 한다. 아침 출근길 빵집에서 새어 나오는 치명적 유혹의 냄새를 어느 누가 견딜 수 있을까?


하지만, 빵을 좋아하는 동료가 매일 밀폐된 사무에서  냄새를 풍긴다면 누군가에게는 참기 힘든 고문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빵냄새가 불쾌한 냄새는 아니기에 대다수는 '빵냄새 쯤이야'라고 신경 쓰지 않지만, 일부 동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불쾌한 스트레스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탑승 시에도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김밥, 빵, 오징어구이 등' 냄새가 나는 음식물 섭취를 자제하는 것은 안내문이 없더라도 '큰 소리로 떠들거나, 전화통화 하지 않아야 한다' 정도로 통용되는 기본적인 매너가 된 지 오래다. 사무실이라고 다를까? 한두 번도 아니고 매일 냄새를 풍긴다면 빌런의 문제행동이 될 수도 있겠다.

내가 좋아하는 냄새가 누군가에게 고문이 될 수도 있다!


Blind 설문결과 (사무실에서 매일 빵먹는 동료 어떤가?)
Blind앱속 냄새 고민들

냄새로 기억되는 아찔한 경험들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냄새로 기억되는 불쾌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만원 지하철을 타고 여유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마주한 오랫동안 씻지 않은 노숙인의 냄새로 아찔했던 순간! 사람들이 왜 그렇게 적었는지 깨달았을 때는 이미 지하철은 출발했고, 여 무안함을 주게 될까 아무렇지 않은 척 다음 정류장까지 숨을 참 버티다 서둘러 내렸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한동안 노숙인이 기대어 앉아있던 지하철 의자의 잔상이 남아 앉거나 안전봉을 잡는 것조차 꺼려지곤 했다.


또 여름철 에어컨 바람과 함께 퍼지는 동료의 덜 마른 빨래 쉰 냄새! 담배믹스커피 냄새가 하게 섞인 회의 상대방의 입냄새! 등 참기 힘든  순간들이 있다. 그 외에도 학교, 버스 등 공용공간에서 진한 향수, 발냄새, 땀냄새 등 각종 불쾌한 냄새로 고생한 경험은 누구나 한두 번쯤 있 것이다.


당사자만 모르는 공공연한 비밀


<냄새>는 감정과 기억에 잊히지 않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노숙인처럼 한번 보고 말 사람이라면 피하거나 견디면 되겠지만, 하루에도 10시간 넘는 긴 시간을 함께해야 하는 동료라면 어떨까? 강한 거부감정을 일으키고 근무환경에 대한 만족도와 업무 관련 이후의 행동에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안 좋은 냄새의 기억은 매우 위험하다.


문제는 당사자가 냄새 문제를 알아채기는 어렵다는 이다.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나 자주 접하는 냄새에 대한 <냄새 적응> 또는 <후각 피로> 현상으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냄새'가 사무실 갈등의 하나일 수 있음은 인정해야 겠다. 그렇다면, 팀워크와 개인의 성장 관점에서라도 소통과 해결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 나는 동료들과 얘기해 본 적이 있다. 말하기 곤란한 문제이고 나만 유독 예민한 것일 수도 있어서 소심한 성향의 나와 같은 몇몇은 결국 말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동료들은 얘기할 것이라고 한다. 얘기를 안 해주면서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뒤에서 씹는 것이 더 나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럼 어떻게 잘 얘기 하고 협조를 구할 수 있을까?


배려와 존중이 기본일 것이다. 개인위생은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조용하고 사적인 공간에서 1:1로 비난피하여 전달해야 하겠다. 그럼에도 냄새에 관한 인식차이가 크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무환경에도 꽤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상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구체적 방법을 떠나 그 동료를 아낀다면 더욱 얘기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정답인 듯 싶다.


사회생활에 도움 되는 냄.새.전.략.

우리는 그렇게 냄새로 이어진다


안 좋은 냄새가 공동체 생활에서 미치는 영향이 강력하다면,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좋은 냄새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좋은 냄새는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고 자존감을 높이며, 대인관계에도 자신감을 갖게 할 무기가 될 수 도 있다.


매일 샤워하고, 깨끗하게 세탁한 옷을 입고, 땀냄새를 막는 항균 비누 등을 사용하여 단정한 용모를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고 너무 강하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맞는 향수를 찾아 스타일을 표현할 수도 있다.


냄새를 통한 후각이 사회적 상호작용과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성인에게 이런 구체적 교육이나 지시를 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만큼 남들이 불편해할지 모를 나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기회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다행인 점은 '후각'은 훈련을 통해 발달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냄새에 민감해지도록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주의 깊게 관찰하여 되짚어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갓난 아기 냄새, 비가 그친 풀숲 냄새, 시골집 냄새, 바닷가 바람 냄새...처럼 그리움의 냄새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만들어 내는 냄새가 불쾌감을 주지않고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하루의 기억이 될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

흩날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스쳐 지나간 건가 뒤돌아보지만 그냥 사람들만 보이는 거야

주드 스튜어트

「코끝의 언어」


인간의 기억은 냄새를 띄고 있다.

냄새가 없는 체험은 대체로 쉽게 잊힌다.

대체 왜 기민하게 냄새에 반응하는 걸까?


"냄새는 공간과 시간을 찌부러뜨려서 만든 4차원 Hypercube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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