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동료들 대다수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어떤 일자리인지의 형태와 관계없이 돈 버는 일에 마냥 쉽게 대가가 주어지는 경우는 없다.몸고생, 마음고생하며버텨내는 대가이니 말이다.
연애와 결혼초에는 연인,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일터의 스트레스 마저 잊게 해주기까지 한다. 엄청나게 안락한 둥지를 찾은 느낌이랄까? 그러니 잘해주고 싶은 마음과 나의 행복한 둥지를 지키고 만들어가는 과정에내일네일 없이 집안일마저 즐겁다. 요리를 하고 치우고 쓰레기 정리까지함께 하는 놀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설레는 감정이 무뎌진 후의 결혼은 일상이된다.일터에서 돌아오면쌓인 집안일이 무겁고, 그렇게나 빛나보이던 배우자 태도에 짜증과 한숨이난다.
그런데알아서 해오던 일들에 대해 갑작스럽게 불만을 표현하려니 어색하다. 계산하는 모습에 스스로 너무 좀생이가 된 듯싶어우울해질 수 있다.
남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호기심 어린 질문과 함께억울함에 확신과 객관적 지지를 얻기 위해 통계에 기대는 마음도 생기나 보다.
블라인드에는부쩍가사분담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새내기 부부들의 넋두리가 많아지고 있다. 이혼 하겠다 정도의 격한 감정은 아니지만, 계속 손해보고 있다거나 공정하지 못하다는 찜찜함을드러내는정도이다.
누가 더 힘들까?라는 질문에 대해 투표 참여와 토론도 열정적이다. 남편과 아내에 감정이입을 하여 공정하지 않은 가사노동 현실을다투는 건 아마도 이런 비슷한 생각과 갈등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서일것이다.
합리적 업무분장
사람은보통자기중심적인 판단을 한다. 내가 고생하고 배려한 것 100%를 내가 알고 있지만, 상대가 고생하고 배려한 것은전부 알 수 없기 때문에,항상 내가 가장 고생하고 있는데도 알아주지도 않으니 상대적으로 손해 보는 듯한 서운한 감정이 자꾸만 생겨난다.
회사에서도 많은 문제가 결국 "관계"에서 시작된다.
다행히 직장은 직책과 직급 등으로 서열이 나뉘어 있고, 명확한 각자 업무가 정해져 있다. 분쟁이 생겨도 적당한 매너를 바탕으로 타협을 해야 한다.그리고주기적으로 부서나 업무를 바꿔주기도 한다. 경력이 쌓이고 승진을 한다면 허드렛일은 신경 쓸 필요도 없어진다. 말 그대로 대우와 배려가 좋아진다.
희생을 강요받지 않는 세대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집집마다 아이 하나로 태어나, 부모의 전폭적 헌신과 배려 속에 성장했고, 남편이나 아내가 어떠해야 한다는 구시대적성역할을 터부시 하는 교육환경에서 자랐다.또남자아이도 여자아이도 제약 없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서의 자질과 문제의식, 개인의 자유를 "희생"이라는 가치보다 우선한다.이런 가치관 변화가 전세계적 저출생의 원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는 대부분 맞벌이를 한다. 배우자 조건으로 현모양처를 희망하는 얘기를 듣기 어렵다. 결혼식 자금부터 집값, 생활비까지 절반씩 부담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집안일 논쟁도 생긴것이 아닐까?
조정과 배려
그리고, 합리적 대안
어릴 적 대부분 집안일은 엄마의 몫이었다. 이후에 혼자 자취를 해본 후에나 엄마의 희생이 결코 당연하지 않고 감사하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당연하기만 했다
집안일은 각자 생활패턴이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그러니 합리적 업무분장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분담해야 스트레스를 덜받고 지속가능하다. 그리고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집안일이니 서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주었으면 한다.
많은 부부들이 집안일 스트레스로 다툰다. 엄마처럼 누군가가 챙겨준다면 좋겠지만 그런 헌신적 돌봄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육아, 주말부부, 간병 등 극단적 환경변화 없이 한번 자리 잡은 집안일 역할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논쟁이 시작되면 누가 더 희생하며 살았는지 배틀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대신 시대가 좋아졌으니 돈 아끼지말고 식세기, 건조기, 로봇청소기 등 문명의 혜택을 최대한 누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는 집안일을 나눠할 룸메이트를 구한 것이거나, 집안일 해줄 식모를 구한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