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칠한 꾸꾸 May 05. 2024

허세와 가심비

내 수준에 맞는 차 좀 골라줘!

돈을 모아 명품 사고, 대출로 차를 산다.
나는 합리적 소비자 일까?


집은 없어도 명품을 사고 벤츠를 타는

과시적 소비자들의 시대


2022년 한국인의 1인당 명품소비가 전 세계 1위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기간 동안 매출이 20% 가까이 줄었지만 유독 한국 코로나 전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최근에는 2030을 중심으로 비혼, 저출산 등 영향과 본인을 위한 아낌없는 소비트렌드 등 다양한 원인들이 그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부모님 세대와 같이 악착 같이 아끼고 집부터 사고 더 여유가 생기면 집 차량도 넓혀 한다거나 직장의 상사보다 좋은 차를 타는 건 실례라는 등의 보수적(?) 소비 좀처럼 이해받기 어렵, 월세나 전세를 살도 대출 벤츠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대가 되었다.


선배의 조언


2001년 20대 중반의 입사 2년 차 때 일이 생각난다. 모아둔 돈이면 꽤나 쓸만한 중고차 살 수 있었다. 당시 나는 음주가무 좋아하거나, 꾸미는데도 흥미가 없는 편이어서 월급의 상당 부분을 저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계획적이고 효과적인 소비에 대해서 고민해 본 경험 없었다.


그때쯤 이런저런 이유로 직장인이라면 차가 있어야 한다는 주변 얘기에 솔깃해서, 장롱면허를 꺼내는 유혹에 흔들리고 있었다. 한동안 고민하다가 옆자리 40대 선배님에게 5백만 원 정도 되는 중고차를 사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어보았다.


경영학을 전공 선배는 벤담의 효용가치 극대화 이론으로 짧게  해주었다. 중고차 소비 얻는 효용가치 증가분인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의 총합이 + 라면 사도 괜찮다는 얘기였다.


공과대학 출신에 경제학 개념들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Yes, No 식의 명확한 답을 기대했지만, 그런 식의 답변 흥미로웠다. 효용 극대화경제학적으로 합리적 소비라는 사실과  욕망과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볼 기회가 되었다.


결국 나는 차량구입비 외에도 보험료 등 각종 비용과 기대이익들을 생각해 본 후 당시에는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허세지수(Bluff Mass Index of Car)

= 차량가격 ÷ 6개월 월급(실수령액)


그 후로 20여 년이 지났지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논쟁 중이다. 그런데, 최근에 소득 수준에 비해 자동차 구입에 얼마나 과한 지출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가치판단 기준으로 <허세지수>라는 재미있는 방정식이 회자되고 있다.


1인 가구 A 씨가 월소득 4백인데 5천만 원 차량을 산다면 <허세지수> 2.0 이상(5천만 원÷24백)인 '고도허세'에 해당하고, 8천만 원 차라면 '허세작렬' 소비가 된다. 또, 부부합산 월소득 8백 인 AB 씨 부부가 8천만 원 차량을 산다면 1.5 미만(7천만 원 ÷ 48백)이니 '정상'수준의 소비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저 허세     0~1.0 미만
정상        1.0~1.5 미만
과한 허세  1.5~2.0 미만
고도허세  2.0~2.5 미만
허세작렬  2.5 초과
Blind app 속 논쟁글

'Car' 있어야 할까?

단순 효용가치로만 볼 것인가?


차를 구매함으로써 얻게 되는 편익과 가치는 개인마다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허세지수를 보더라도 소득도 단순 월급에 국한하지 않고 부부소득이나 기타 자산 소득까지 확장한다면 다양한 셈법 가능해 보인다.


20-30대 소비트렌드

탕진잼과 보복소비..


젊은층들 사이에는 돈을 탕진하는 재미, 다 쓰고 죽자!, 소비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자는 등의 비합리적인 소비문화를 드러내는 신조어들이 난무한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저렴한 가격과 가격대비 우수한 성능을 우선했던 '가성비'가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가성비보다는 소비를 통한 개인의 심리적 만족감을 더 중시하는 '가심비' 트렌드가 강하다고 한다.


20-30세대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정보탐색에 능하여 간접경험을 통한 구매의사 결정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또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타인에게 일상이 노출되는 경향이 커지면서 넘어서기 어려운 경제적 무력감을 보복소비를 통해 해소하는 합리적이지 않아 보이는 방식으로 소비하는 행태 늘고 있는 것이다

소비문화연구 제25권 제2호(2022.6) 연구논문 20page

합리적 소비 무엇인지?


경제학적 기준과 이론을 떠나 소비결정이 허세이던지 가성비, 가심비 소비 등 그 무엇이든지 나에게 만족과 행복 그리고 큰 가치를 준다면 그 자체로 의미와 이유가  있는 소비행태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보편적으로 리적 소비의 기준이없다. 원래부터 각자의 예산범위 내에서 각자의 가치대로 총효용을 최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수준에 맞는 차라는 것을 찾고 추천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나 밖에 없다. 예전 선배의 조언처럼..

이전 05화 맞벌이 부부의 슬기로운 집안일 나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