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earest Blue Dec 23. 2019

조금 늦어버린 김동률 '오래된 노래' 콘서트 후기



생각이 많아짐에

잠이 오지 않아 쓰는 글


오랜 시간 분명한 기억으로 알고 있던 곡이지만

선뜻 들어보지 않았던 곡


누군가 이렇게 표현 하였다.

청순한 세련미가 느껴지는 곡이라고.


내가 가진 단어들로는

무어라 형언하는것이 가장 적절할까.



오늘 이 곡에서는 어쩐지

비누향이 느껴지는 듯 했다.



아침녘,

조용한 새벽이 물러나는 동안에

찬 물을 끼얹고 몽글몽글 만들어지는 거품으로

가볍게 세안하는 듯한 기분이 새록 든다.



어쩌면 어깨까지 내려오는 정갈한 스타일의 머리를 

3~4개 1,000원 정도에 판매하는

가는 검정 머리끈으로 살짝 묶어 내는 듯한

소박한 거울 앞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기도 한다.



가벼운 차림으로 하얀 침구 위에서

조금씩 길어지는 아침 햇살을 욕심없이 마음껏 누리는 시간이 가능할 것만 같다.




당연 이 노래에는

이런 장면들을 연상시킬만한

가사들은 없다.



하지만 어찌된 까닭인지

이 노래는 이런 기분들이 들게 한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때의 소회는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팬들에게 남기는 곡으로

그의 꾸밈 없는 마음이 전해져서 감격스러웠다.



그동안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곡인

다시사랑한다 말할까의

오리지널버젼 같았다고나 할까.

조금 더 서툴고

조금 더 순수하게 고백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번 '오래된 노래'에 대해서 어떤 글을 남겨야할까

나 스스로도 무척이나 궁금했다.


공연 전, 그가 하고 싶은것들로만

채울것이라는 예고에 어떤 곡들을 들어봐야 할까

기대와 걱정을 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작년 공연의 인터미션 영상에서 슬럼프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 이후 1년만에 무대에 올린 '오래된 노래'를 위해서

그는 비워내고 비워내고 또 비워냈다.

공연 곳곳에서 비우고 지우고 덜어내고를 반복한게 오롯이 느껴졌다.


그렇게 대형 공연장을 없애고

대형 스크린을 없애고

인터미션 영상을 없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공연은 가득차 있었다.


올 해로 26년차인 김동률이라는 뮤지션에 걸맞는

그의 길고 긴 음악의 여정이

고독한 항해로 남지 않을 수 있음을 증명한,

'촌스러운' 음악과 조명의 본질만 남은 공연이었다.


어찌 보면 곡을 발매하기 전

악보를 먼저 온라인 상에 공개했던 것도

오래된 노래 공연의 연장선 상에 있는

음악 그 자체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한참 동안을

처음 그의 음악을 좋아하게된 계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었다.


기교 없는 창법,

꾸밈 없는 가사들.

그런 것들 때문이었다.


남자들이 본인의 여자친구의 맨 얼굴을 좋아하는것과

비슷한 감정이랄까?


새하얀 도화지에 검정색 선으로만 그려진 크로키처럼

본질만 남은 그의 음악에 큰 이유 없이 끌렸고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마음이 된 것이다.




셋리스트들에 대해서 짧게 소감을 남기자면

뮤지션 김동률의 애정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곡인

동반자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이소라님에게 선물한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를 재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외에도 좋아하는 곡들이 많았지만 이정도로 ._.


다음 공연에는 이방인, 잠시, 졸업, 꿈속에서, 떠나보내다 정도를 올려주셔도 좋을것 같다.

(다시사랑한다말할까도...요...)



매거진의 이전글 90년대생이 싸이월드를 추억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