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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인정쌤 Nov 01. 2020

영어를 잘하면 좋은 점 2

외국인을 도와줄 수 있다.

예전에 기차를 타려고 서울역에 갔을 때, 예매창구에서 두 명의 외국인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옆에서 슬쩍 들어봤더니, 두 명의 외국인은 부산을 가고 싶은데 그때가 마침 주말이라 무궁화 그리고 KTX 일반석이 모두 매진이고, 가장 비싼 KTX 특석만 가능한 상황이었다. 두 명의 외국인은 특석은 너무 비싸다고 다른 방법은 없냐고 묻고, 창구 직원은 특석만 가능하다는 답변밖에 해줄 수 없었다. 나도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내가 당시 영어를 조금 더 잘했더라면, 아마 고속버스터미널을 안내해 주고 버스로 가는 건 어떠냐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영어실력이 영 형편없던 시절이라 나는 안타까운 마음만 가지고 내 기차를 타러 그곳을 떠났다.


그 이후 영어를 어느 정도 하게 되고 나서부터는 길에서 보이는 외국인들이 곤란해 보이면 항상 먼저 다가가서 도와주려고 한다. 종로에서 강의를 할 때, 종로3가역 근처 공항버스 정류장이 하나 있다. 한쪽은 인천공항에서 동대문으로 들어오는 버스가 서고, 반대편에는 동대문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가 정차한다. 당연히 짐을 한가득 든 외국인들은 반대편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정류장에 서있어야 한다. 어느 날 길을 지나는데 외국인 2명이 캐리어를 들고 공항버스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그러나 결국 그 공항버스는 그들을 태우지 않고 쌩하니 지나가 버렸다. 상황을 보니, 그들은 당연히 한국 여행을 마무리하고 인천공항으로 가야 할 사람들인데, 동대문 방향의 정류장에 서있었기 때문에, 버스기사 아저씨도 하차할 승객도 없던 차에 그냥 정류장을 지나쳐 버린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인천공항을 가는 것이 맞는지 묻고는 횡단보도를 가리키며 반대편 정류장으로 가라고 안내해 주었다. 그 이후에도 몇 번이나 그곳에서 외국인을 도와주었는데, 정류장에 방향표시가 다소 아쉬웠다.


또 한 번은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한국에 아직 적응 중으로 보이는 외국인 한 명이 우리나라 승객 모두가 신용카드로 버스비를 지불하는 것을 보고는 자신도 지갑을 카드리더기에 계속 대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교통카드 서비스를 아직 신청하지 않은 듯했고,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도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었다. 결국 기사 아저씨는 모든 걸 내려놓고, "그냥 들어가세요..."라고 했으나, 그 외국인은 그 말도 알아듣지 못하고 계속 카드만 리더기에 대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현금이 얼마나 있는지 물었고, 그녀가 버스비를 제대로 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그 나라의 멋진 경치, 맛있는 음식도 너무 기억에 남지만, 내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곳 사람들이 베풀어 주는 친절이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을 때가 많다. 너무 유창하지는 않아도, 곤란한 상황에 처한 외국인들을 볼 때마다 도와줄 수만 있어도 내가 친절을 받았을 때 못지않게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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