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못 보았을까?

낭만사전 7 안경 / 내 시력은 어느 정도일까

by Philip Lee

햇살 따뜻한 오후.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산책했다. 집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아이가 놀라며, 말한다.

“와! 아빠, 저것 봐!”


순간, 놀라 황급히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아이는 말한다. “저기 나무에 감이 많이 열려서.”


“그래? 그렇구나.” 난 미지근하게 답했다. ‘감나무에 감이 열리는 건 당연한 건데...’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감들을 봤을까? 나보다 키도 훨씬 적은 애가... 어디에나 있는 감을 보고 왜 아이는 그렇게 놀랐을까?’


머쓱해졌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을 아이는 보고 있던 것이다. 내가 훨씬 더 잘 볼 수 있었을 감나무를 5살짜리 아이는 본 것이다. 본 걸로 그치지도 않았다. 흔히 볼 수 있는 감나무가 아이한테는 마냥 신기한 것이다. 다시 물었다.


“감을 보니까 무슨 생각이 들어?”


웃으며 답하는 아이 “흐흐흐... 먹고 싶어.”


늘 옆에 있던 감나무. 매일 지나갔던 길에 있던 그 나무. 나는 아이보다 키가 컸지만 보지 못했다. 안경까지 썼지만 볼 수 없었다. 빨리 움직이고, 여러 생각에 사로잡혀 보지 못했던 것이 얼마나 많은가.


가지에 풍성히 달린 과일, 깨진 보도블럭 사이에 핀 풀꽃, 자기만의 언어로 재잘대며 날아가는 작은 새, 어느 물감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푸른 하늘, 자기보다 두 배나 큰 먹이를 나르는 개미, 조금씩 색이 변하고 있는 나뭇잎...


봐야겠다. 항상 내 옆에 있는 작은 것들을. 아이와 함께 기뻐하고 놀랄 수 있으리라..

이젠 내 마음도 안경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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