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사전 #10 도서관 / 나의 사랑하는 공간
그곳에 가면 소음과 경적 소리, 소란한 소리가 사라진다. 모두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숨소리만 들리는 그곳에서 누군가 소리친다. 책장에 꽉꽉 채워진 책들. “나 좀 봐줘.”, “나를 읽어줘.” 여기저기 책들이 소리 없이 외친다. 무슨 책을 읽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도서관은 언제나 나를 경건하게 한다. 그곳에선 대화를 할 수 없다. 핸드폰은 당연히 무음. 발걸음도 조심스럽다. 많은 사람이 있지만, 책과 나만 존재하는 것 같다. 기우제에 올릴 순수한 제물을 찾듯이, 책장 이리저리를 돌아다닌다. 전부터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의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서울 중심에 있던 어린이 도서관. 내가 처음으로 가본 도서관이었다. 7살이었나 8살이었나 어렸을 때였다. 할머니와 동생과 같이 간 그곳에선 세 권씩 빌려주었다. 관외대출증이라는, 무언가 대단해 보이는 것도 만들었다. 그때부터 도서관을 집 드나들 듯 찾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에 갔다. 심사숙고 끝에 세 권의 책을 들고 집으로 갈 때면, 뿌듯하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때 붙여진 ‘책벌레’라는 별명이 참 자랑스러웠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책을 별로 못 읽었다. 그때 마음의 양식을 많이 쌓지 못한 게 참 아쉽다. 그래도 지금은 꾸준히 도서관에 들러 책을 구경하고 빌린다. 특히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이 참 많았던 30대부터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었다. 그 책들을 통해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지금 다니는 도서관엔 이런 문구가 써 있다. ‘나를 키운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 – 빌 게이츠’ 이 말에 100% 공감한다. 도서관에 있는 책을 통해 나는 즐거움과 기쁨을 얻었다. 힘들 때는 위로의 손길도 느낄 수 있었다.
40대에 이제 막 접어선 이 때, 역시 이 도서관은 내게 중요한 공간이다. 중년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데 도서관이 내 최고의 학교가 된다. 도서관. 아직도 나를 키우고 있는 이 공간을 나는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