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전#2 루미큐브 / 인생의 다른 이릉은 모험
숨소리만 들린다. 각자 받침대 위의 조그만 타일들만 바라보고 있다. 빨강, 파랑, 검정, 주황의 4가지 색깔에 숫자가 적혀 있는(1~13) 타일. 빨리 자신의 타일을 바닥에 내려놓아야 한다. 무작정 내려놓을 순 없다. 색깔은 다르지만 같은 숫자를 가진 타일이 3개 이상이어야 하며, 색깔이 같다면, 숫자 3개 이상이 연속될 때만 내려놓을 수 있다.
이제 거의 내려놓았다. 그런데, 타일 하나가 부족하다. 다른 사람이 내려놓진 않는지 눈치만 본다. 이럴 때, 어떤 타일도 될 수 있는 조커가 있었으면... 이리저리 놓여 있는 타일들을 바라본다. 이걸 이리로 옮기고, 이 자리에 저 타일을 놓고... 이러다보면, 내 타일을 다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한번 모험 해볼까?
<루미큐브>. 이 보드게임이 인생과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얼마나 타일들을 잘 움직여 배열하는가가 승부의 키(Key). 바닥에 자신의 것을 내려놓는다. 그때, 이미 맞춰져 있는 타일 세트 중, 한 개를 옮겨온다. 그러면, 그곳을 메꾸기 위해 다른 세트에서 가져오고... 이렇게 몇 번(많게는 열 번 넘게)의 작업을 마쳐야 자신의 타일을 다 내려놓을 수 있다. 여러 번 했는데도 완성되지 못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려놔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몇 개의 페널티(penalty)를 받을 수밖에...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결정을 한다. 작게는 점심 메뉴나 입을 옷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진학이나 결혼, 취업 등 굵직굵직한 결정까지. 그런 큰 결정은 하나로 그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결정을 하면, 그에 수반되는 또 다른 변수가 생기는 것이다. A를 결정하면, 예상치 못했던 B와 C라는 변수가 생기고, 거기에서 또 C를 결정하면 새로운 D와 E, F가 생긴다고나 할까.
이럴 때, 대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어떤 사람은 “괜히 A를 선택해서 왜 이렇게 인생이 꼬이지?”라 말한다. 이 사람은 모든 걸 후회한다. 매순간(새로운 변수들이 생길 때마다) A를 선택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좌절하고 후회하는 것이다. ‘휴~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두 번째 경우. 새로운 변수들을 즐거워한다(즐겁진 않더라도 받아들이려 한다). 새로운 변수들이 생기면, “어! 이런 일도 생겼네. 한번 마주쳐 봐야지!”라 말한다. “이야, A를 선택하니까 D라는 일도 생기는구나.” 라며 상황을 즐기고, 적극적으로 살아간다.
두 번째 경우의 대표적인 사람을 소개한다. 월터 미티. 잘 모르겠다고?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 월터이다. 잡지사의 평범하고 소심한 직원이었던 그는 맨날 상상만 한다. 도무지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그가 어느 날부터 놀라운 경험을 한다. 헬기에서 떨어져 상어가 우글거리는 바닷물에 빠지기도 하고, 화산이 터지는 현장에 있기도 한다. 쉽게 오를 수 없는 히말라야를 오르기도 한다. 그에게 인생의 다른 이름은 '모험'이었던 것이다.
다시 루미큐브로 돌아가자. 나를 얽매이고 당황하게 할 변수들이 두렵다면, 타일을 손에 꼭 쥐고 있어라. 하지만 결국 게임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타일을 이리저리 옮기는 사람 아닌가. 타일을 모두 내려놓아 승리의 짜릿함을 맛보고 싶은가?
타일을 일단 내려놓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