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생각난다면

낭만사전 #4 편지 / 우리가 잃어버린 풍경

by Philip Lee

마음을 전할 누군가를 생각합니다. 보고 싶은 애인,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 소식이 궁금한 옛 친구... 그리움은 차고 넘쳐 끝내 펜을 듭니다. 보고 싶은 마음은 펜으로 전해지고,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빈 종이에 옯겨지죠. 몇 번을 지우고, 고치고... 고민 속에서 누군가를 향한 글은 조금씩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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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편지의 풍경입니다. 그리운 대상을 향해 가슴 설레며 글을 쓰는 것. 그건 그 자체로 다른 시간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됩니다. 한 작가는 이렇게까지 표현했죠.


내가 이 세상에 홀로 정처없이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같이 연결되어 있고, 그 사람들이 나를 단단히 붙잡아줄 거라는
확신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확신을 주는 것이 편지입니다.
- 니나 상코비치, 『혼자 편지 쓰는 시간』


아쉽게도 지금은 편지를 쓰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찾기 어렵습니다. 편지는 이렇게 사라지나 봅니다. 대신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요. 항상 갖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짧은 메시지를 입력하죠. 몇 분, 아니 몇 초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빛의 속도로 내용은 상대방에게 전해지죠. 얼마 되지 않아 보낸 것과 비슷한 내용과 분량의 메시지가 돌아오겠지요. 많은 사람이 보는 SNS가 상대방을 향한 안부를 묻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고요.


참 신속하고 간편해졌습니다. 이렇게 빨리 마음과 생각을 전할 수 있다니요. 그렇지만 그 메시지는 ‘기계’로부터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더군요. ‘사람’이 아니라 차갑고 딱딱한 기계 말입니다. 빨리 보낸 만큼 마음이 잘못 전달되기도 하죠. 결국 관계가 소원해지기까지 합니다.


편지의 풍경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편지지와 펜을 고르고, 해야 할 말을 선택하고 정리해야 하는 신중함. 편지를 보내고 난 뒤, ‘잘 전달되었을까, 받는 이의 마음은 어떨까’ 하며 갖는 궁금증. 마지막으로 언제 올지 모르는 답장을 기다리는 간절함.


신중함과 궁금증, 그리고 간절함. 편지로 인해 갖는 세 가지를 찾고 싶으신가요. 지금 당장 할 수 있습니다. 소중한 누군가를 생각하십시오. 펜과 예쁜 편지지를 갖고 조용한 곳으로 가십시오. 그리고 편지를 쓰십시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황동규, <즐거운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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