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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2

by 청천

폭설 2

겨울은 언제나 특별한 계절이다. 차가운 공기 속에 스며드는 고요함과 하얗게 세상을 덮어버리는 눈송이들은 단순한 날씨의 변화 이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시간마저 느려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일상의 분주함과 번잡함은 잠시 멈추고,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눈송이들의 춤사위에 시선이 붙잡힌다. 눈은 차갑지만, 그 안에는 묘한 따뜻함이 있다. 새하얀 눈이 땅 위를 덮을 때, 도시의 회색빛 건물들은 부드러운 흰색으로 물들고, 뾰족했던 세상의 모서리들이 모두 둥글게 다듬어진다. 눈이 쌓인 길을 걷다 보면, 마치 동화 속 풍경을 거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모든 것이 조용하고, 모든 것이 깨끗하고,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하다.


눈이 내리는 겨울밤은 더욱 특별하다. 가로등 불빛 아래 반짝이는 눈송이들이 마치 별처럼 흩날린다. 사람들은 두터운 외투와 목도리로 자신을 감싸고 걸음을 재촉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오래된 기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어린 시절, 처음 눈을 보았을 때의 설렘, 눈사람을 만들던 따뜻한 웃음,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함께한 사람들. 눈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눈이 내릴 때, 나는 가끔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인다. 눈은 고요함 속에서 이야기한다. 세상이 조금 느려져도 괜찮다고, 잠시 멈춰도 괜찮다고... 그렇게 하얀 눈이 쌓일 때마다 우리의 마음도 덩달아 맑아진다.

겨울은 춥고, 눈은 차갑지만, 그 속에 담긴 따뜻한 속삭임은 우리가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눈 내리는 겨울, 그것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마음의 쉼표 같은 순간이다. 겨울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첫눈을 기다리며 설렘을 느낀다. 눈이 내리는 풍경은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하고,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도시를 아름답게 물들인다.


그러나 많은 게 그렇듯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밝은 부분이 있으면 그늘진 부분도 있으니 눈 또한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첫눈의 설렘이 지나고 운치를 벗어나 폭설로 내려버리면 상황은 급변한다. 이때의 눈은 낭만보다는 불편함과 위험을 남긴다. 눈이 많이 내릴 경우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곳은 도로가 된다. 눈이 쌓이면 차량의 통행이 어려워지고, 도로 곳곳에서 차량이 미끄러지거나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특히 출근 시간대에 눈이 내릴 경우 교통 혼잡은 배가된다.


이 지역은 그나마 눈이 내린다는 예보와 동시에 제설 작업이 이루어지는 관계로 넓은 간선 도로는 차량 운행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나 제설 작업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는 이면도로는 도로가 빙판길로 변하고, 대중교통 이용자들 역시 불편을 겪게 된다. 수요일 아침부터 주차장과 도로가 엉망이 된지라 오늘 아침까지 3일에 걸쳐 준서를 내 차로 출근을 해주었다.

많은 눈이 내리고 나면 도로뿐 아니라 인도(人道) 역시 위험 구간으로 바뀐다. 얼어붙은 눈 위를 걷는 것은 마치 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특히 노약자와 어린이는 더욱 큰 위험에 노출된다. 아파트 단지나 상가 앞의 눈 치우기 작업이 늦어지면 보행자들이 걸을 수 있는 길이 더욱 좁아지고, 그로 인해 보행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이런 이유로 지자체는 폭설 시 주민들에게 제설 책임을 독려하지만, 시민들이 일일이 눈을 치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눈은 분명 겨울의 낭만과 설렘을 주는 존재다. 하지만 폭설이 이어질 경우 그로 인한 불편과 위험은 옛날과는 다르게 상당 시리 많아졌다. 겨울철 폭설 대비를 철저히 하고, 시민들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준비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눈 내리는 겨울이 더 안전하고 편안한 계절이 될 것이다. 이런 표현도 가능하다 싶다. “눈은 낭만을 남기지만, 준비 없는 눈은 불편을 남긴다.”

아침에 이동하는 쏘렌토 안에서 준서 왈, “더웁더라도 여름이 좋아. 겨울은 춥기도 하고 너무 불편해...”

오늘이 이 지역 겨울 최강 추위. -10도.

우리 어린 시절의 아름다웠던(?) 겨울이 이제와서는 불편함을 더 많이 제공하는 천덕꾸러기 계절, 기피 계절이 되어버린 것 같아 유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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