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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

by 청천

속담

파란 호숫가에 서서 물속을 내려다본다. 물은 투명하고, 그 아래를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보인다. 바닥이 얼마나 깊은지도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다르다. 겉으로 보이는 표정과 말, 행동이 전부가 아니다. 사람의 속마음은 눈으로 들여다볼 수도, 손으로 헤아릴 수도 없다.

하여 항간에서 이런 말들을 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로 “사람의 속 마음을 알기는 매우 어렵다.”라는 뜻으로 인용되는 이 속담은 본인, 또는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 사이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제삼자를 언급할 때 많이 사용을 하는 것 같다.


‘길’이란 과거에 길이를 재는 단위로 사용을 했는데 ‘한 길’은 일반적으로 2.4미터에서 3미터 정도로, 열 길이면 물 깊이가 무려 30 미터... 겨우 얼마 정도인 사람 속이 그만큼 알아채기가 어렵다는 의미겠지?

살다 보면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착각할 때가 많다. 오랜 친구라서, 가족이라서, 혹은 연인이라서 상대방을 잘 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믿음은 종종 깨지고 만다. 마치 맑은 강물을 들여다보며 바닥이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뛰어들면 예상치 못한 깊은 소용돌이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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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웃으며 나와 이야기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물속 열 길은 들여다볼 수 있어도, 사람 마음 한 길은 헤아리기 어렵다는 것을.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어쩌면 나도 그에게 그런 존재였을지 모른다. 내가 보여준 모습이 전부였을까? 내 진심이 온전히 전해졌을까? 사람의 마음은 겹겹이 쌓인 안개와 같아서, 때로는 자신조차도 속을 들여다보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쉽게 오해하고, 때로는 실망하며, 때로는 상처를 받는다.


열 길 물속을 알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길은 다르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모두 알 수 없다. 하지만 완전히 모른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도 없다. 진심 어린 관심과 대화를 통해 조금씩 그 깊이를 가늠해 볼 수는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태도이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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