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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라면!

by 보나


오늘은 첫째 아이의 새로운 수영장에서의 첫 수업일!


예전에 다녔던 수영장과 달리 수심이 깊은 곳에서 수업을 해서 걱정이 되었다. 예민한 성향의 아이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은 잘할는지. 무엇보다 탈의실에 들어가서 수영복을 스스로 입고, 수업 후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은 후 말리고 나오는 것까지 모두 혼자 해야 하는 상황. 거기에 수심도 걱정, 물 온도도 걱정,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딸이 좋아하는 친구와 같이 수업을 등록했다는 거였다. 그 친구는 1학년 때 같은 반이 되어 성향과 취미가 비슷하여 친해졌는데 아쉽게도 2학년 때는 같은 반이 되지 못했다. 그랬는데, 수영 수업을 같이 듣게 된 거다.




두 아이의 레벨이 달라 다른 레인에서 수업을 받게 되었지만 탈의실에 들어갈 때부터 두 손을 꼭 잡고 들어가니 마음이 든든했다. 엄마들은 커뮤니티실에서 아이의 수영 수업을 지켜볼 수 있었다. 아이와 같이 수업을 등록한 친구는 수영 초보여서 1번 레인, 우리 아이는 4번 레인이었다. 친구는 거북이 등을 메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발차기를 하고 있었다.


역시나 딸은 수심이 깊은 풀에 들어가기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전날 선생님과 통화 시 미리 언질을 주었던 덕에 아이를 배려해 주셨고, 유아풀에서 먼저 연습을 시키셨다. 유아풀에서 자유형과 배영을 몇 번 한 후에 성인풀로 이동하였다. 그때부터 걱정 많은 엄마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 온몸의 신경이 아이로 향해 있었다.


1.2미터 깊이에 아이의 키는 115cm이니 바닥을 밟고 서면 얼굴 중간정도는 오는 깊이였다. 공포스러워할 것을 아시고 선생님께서 아이를 들어서 바로 물 위로 올려 주셨다. 그때부터는 본인과의 싸움의 시작이다. 기존에 다녔던 수영장 보다 레인 길이가 1.5배는 더 길어 보였다. 아이는 전보다 더 열심히 발차기를 했다. 아마 멈추면 빠질까 두려워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자유형을 하다가 힘들면 잠시 레인줄을 잡고 다시 가고를 반복했다.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운동량을 소화해 내고 있는 딸을 보며, 무척 기특했다. 한편으로는 '수영 다 하고 나오면 힘들어서 축 늘어져 있겠네, 힘들어서 안 한다고 하면 어쩌지?' 하며 걱정이 되었다. 1시간가량의 수업이 끝나고 샤워하고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아이들이 나오지를 않는다.


10분, 15분, 20분이 지나도록 탈의실 출구를 목이 빠져라 쳐다보았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샤워하다가 문제라도 생겼나?'


한 걱정을 하고 있는데 25분이 되어갈 때쯤 밝은 얼굴의 여자아이 두 명이 함께 나온다.


엄마! 너무 재밌었어. 친구랑 같이 수업 들으니까 너무 좋아.
그리고 피자 먹고 싶어!

기. 승. 전. 피자 인가. 그 말을 듣자마자 웃음이 빵 터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물어보았다.


아까 샤워하고 나오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아~ 친구랑 수다 떨면서 샤워하느라고.
그리고 엄마가 샴푸를 안 챙겨줘서 친구 걸로 같이 썼어.
다음부턴 꼭 챙겨줘!



아직 꼬맹이라고 생각했는데 2학년은 맞긴 맞는구나. 친구랑 수다 떨면서 샤워할 줄도 알고 말이다. 앞으로는 밖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생각해서 조금 빨리 나오렴 아가야.



역시 어린이들에게는 '친구'란 존재가 무척 든든하고 소중하다. 같은 레인이 아닌데도 먼저 수업이 끝난 친구가 우리 딸을 기다려 주었다. 수업이 끝나고 거북이 등을 반납할 때까지 기다리다 같이 손을 잡고 샤워실로 향했다. 그 마음이 무척 따스했다. 참 고마운 친구다.


앞으로도 계속 잘 지내면 좋겠다 너희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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