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PC를 켰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생각하는데 첫째 딸이 다가왔다.
마침 '오랜만에 수수께끼 놀이' 란 제목의 글이 화면에 떠 있는 상태였다. 첫째 딸을 글감으로 삼아 쓴 글이었는데 아이가 읽어 보고 싶다고 했다. 아무래도 배경 이미지를 귀여운 그림으로 해놨더니 호기심이 생겼던 거 같다.
(오랜만에 수수께끼 놀이 글 : https://brunch.co.kr/@clearsky86/205)
아이가 내 글을 읽는다는 건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도 '내 글을 읽으려면 더 커야 하지 않을까', '읽더라도 아이가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나 보다. 읽어본다고 하길래 사실 읽어도 될지 걱정이 되었다. 본인의 일을 주제로 쓴 내용이니 기분이 어떨지 느낌이 잘 안 왔다. 그래도 나의 글에 호기심을 가져 주었으므로,
"그래 한번 읽어봐 봐."라고 말했다.
아이는 생각보다 진지하게 글을 읽어 내려갔다.
"엄마, 나 이렇게 말 안 했어~ 내가 언제 이렇게 말했어."
하며 웃는다.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슷하게는 말했는걸." 나는 말한다.
본인이 냈던 수수께끼 중에서 내가 기억이 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했더니 문제를 다시 말해준다. 그리고는 "엄마 이 위치에다 다시 추가해서 써줘."라고 한다. 바로 수정을 해서 저장을 했다. 아이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끝까지 꼼꼼히 다 읽고 나서 웃길래 물었다.
"읽고 나니까 기분이 어때?"
"재미있어."
생명과학 수업 시간에 수업 내용에 대한 느낀 점을 쓰라고 했더니 이렇게 썼던 아이였다.
"우와!"
이런 아이이니 길고 상세한 소감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내 글이 재미있다고 해주니 고마웠다.
"엄마 다른 글도 써봐. 내가 이미지 어떤 걸로 할지 선택할래."
배경 이미지를 본인이 선택하고 싶은 아이. 재미있어한다. 나도 아이를 따라 생각이 단순해진다.
이런 순간이 행복이지 더 이상 뭘 바라겠냐. 오늘도 바라지 않고 아이의 의견을 따라주고 매 순간 충실히 대해 주었다. 그러니 오히려 스스로 숙제를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가끔은 내려놓아야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모래는 자꾸만 움켜쥐고 있으려고 해도 다 빠져나가 버린다. 오히려 손을 조금은 펴고 동그랗게 모은 모양으로 있는 것이 모래를 더 오래 손에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방법이다. 아이 또한 그런 거 같다. 내 생각대로, 내 취향대로, 내 계획대로 아이를 손에 쥐려고 하면 오히려 더 빠져나간다. 그것보다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주고 아이의 생각을 먼저 존중해 주면 오히려 아이는 유연성을 배운다. 자꾸만 무엇을 틀에 맞추려 하지 말자. 틀에서 벗어나는 게 두렵다고 나를, 아이를 옭아매지 말자. 무한한 가능성과 창의성을 가진 아이를 믿어주자.
지금이 아니면 언제 실패를, 도전을 해 보겠는가! 고작 초등학교 2학년의 아이를 새 장 속의 새 처럼,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게 하면 어른이 되어 거침없는 물결 속에서 버틸 힘은 어디서 나올까? 바로 지금이 그런 실패를 통해 작은 힘들을 쌓아가야 할 시기다. 그러니 실패의 얼굴을 한 도전을 두려워 하지 말자.
이 글의 이미지는 제 딸이 골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