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의 시작
첫째 아이의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휴직을 하고 6월과 7월 두 달 간은, 아이 등교 후 아침 3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스타벅스 매일 글쓰기가 가능했고 휴직 이후 흐트러지지 않는 나만의 루틴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부터 첫째 아이의 여름방학이 시작이다.
워킹맘 일 때 는 아이를 무조건 돌봄교실에 보내고 태권도 특강까지 연계시켜 점심을 먹은 후 좀 있다가 학원 차를 태우는 루틴이었다. 방학 임에도 방학이 아닌 스케쥴을 소화해 냈던 첫째.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1학년 겨울방학 때 어쩔 수 없이 보냈던 태권도 특강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었던 기억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워킹맘에서 백수가 되다' 내일 연재에 자세히 써보려고 한다.
이제는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방학이 시작되었다. 설레지만 두렵다. 아이의 돌봄을 내가 다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이 아이와 하루종일 붙어있으면서 싸우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아이가 선택형 방과후 프로그램을 주4일 동안 하고 있어서 방학 때도 9시까지는 학교에 가야 한다는 거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9시-10:20분까지의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다.
방학에도 주어진 엄마의 시간. 1시간 남짓한 이 시간에 역시 스타벅스에 와서 초집중해서 글을 쓰고 책을 읽기로 한다. 누군가는 금방 지나가는 1시간 집에 가서 그냥 쉬는 게 낫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의 루틴을 완전히 깨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그게 간헐적이라도 이어가야만 나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시간이 별로 없지만 해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한다. 어릴 적, 학원에서 단어암기 시험을 본다고 했을 때 깜빡 하고 단어를 외우지 못했다. 나에게 주어지 5분 동안 아무 생각도 안하고 미친듯이 단어만 외워서 결국 다 맞은 적도 있었다. 이런 것처럼 1가지에만 집중적으로 몰입하면 뭐든 해낼 수 있다.
미루는 사람들은 시간이 많아도 미룬다. '지금 말고 시간 남을 때, 여유 좀 있을 때 해야지' 하는 생각은 결국 하지 않게 한다. 과거의 내가 그랬다. 몸에서 운동을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을 때도 '회사 일이 조금 더 여유 있어지면 그 때 운동해야지', '그 때 헬스장 등록해서 열심히 해야지' 하다가 내 나이 마흔이 되어 버렸다^^;
30대 초반에도 '꼭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쓸거야' 하다가 지금이 되어 버렸다. 10년 전에도 가졌던 마음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나는 꼭 책을 쓰고 싶은 게 분명하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마음 속에서 진정하고 싶다는 거다.
사실 지금도 미루는 습관을 완벽히 고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귀찮거나 하기 싫은 일이 생기면 미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 와중에도 나를 일으키는 건 하고 싶은 일을 유지하려고 하는 강력한 루틴이다. 이게 바로 나만의 시스템이다. 대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회사 시스템에 불만이 많았다. 왜 시스템을 이렇게 밖에 만들지 못할까. 그런데 회사 안에 있을 때는 별거 아닌 거 같았던 그 시스템이 결국은 내가 지금 만들려는 나의 루틴시스템을 모아놓은 집약체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10개월 뒤 나의 조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같은 조직으로 가게 될지, 다른 조직으로 가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건 나의 선택에 달렸으니까. 돌아가고, 안 가고도 마찬가지다. 그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나의 결정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건 내가 매일 매일 쌓아가는 이 작은 습관의 힘이 아닐까.
그럴 수 있도록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1시간을 다이아몬드 보다 가치 있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이 하루 아침에 바뀌기 어렵지만, 매일 매일 작은 노력을 쌓아가는 것만이 결국에는 나를 바꿀 수 있다.
우리 뇌는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할 때 반응이 천지차이 입니다.
우리 뇌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것을 할 때 긍정적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노충구 한의사, <결국 해내는 아이들의 비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