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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고 화해하며

엄마와 아이는 자란다

by 보나

방학이다.

방학이 오늘 시작되었는데 벌써 힘이 든다.


나는 계속 일하는 엄마였으니 휴직한 올해 온전히 아이와 함께 하는 방학을 맞이해 본다. 그런데 도대체 전업 엄마들은 어떻게 이 방학을 버텨낸 것인가?


엄마와 아이는 항상 붙어 있어서는 안 된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거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붙어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다 보니 나와 아이가 자꾸 분리되지 않는다.


아이가 연산숙제를 했다. 3장이 풀기 힘들다고 해서 2장으로 줄여 주었다. 그랬는데도 자꾸 딴짓을 하거나 문제를 풀다가도 멍하게 다른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니 내 안의 화가 올라온다. 결국 얼마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인내심이 눈곱만큼도 없는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지만, 자꾸만 쌓여가는 화를 주체하기가 어렵다.


그렇게 아이에게 화를 냈고, 아이는 내가 느끼기에 엄마가 무섭다는 표정을 지으며 울고 말았다.




오후에 친구와 함께 수영수업을 듣고 같이 씻고 나오는데 그날따라 일찍 나왔길래 물었다.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빨리 나왔어?"

"응 사랑이 엄마가 빨리 나오라고 했대."

"아~ 사랑이 엄마가 무서우신가 보다. 그래서 사랑이가 말을 잘 듣나?"

"엄마, 나도 엄마가 화내면 호랑이 같아. 무서워."



그 말을 듣는데 정말 미안했다.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기로 수천번을 다짐해도 내 안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화를 내고 마니 말이다.


"아까 엄마가 화내서 무서웠어?"

"응."

"아까 엄마가 너무 무섭게 화내서 정말 미안해. 앞으로 화 안 낼게."

"응 엄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바로 사과를 했다. 우리는 화해를 했다. 아이의 마음속에 호랑이 엄마는 남아 있겠지만, 내가 더 노력하기로 했다. 매일 싸우고 화해하며 엄마랑 딸은 자란다.


또 숙제를 하다가 아이에게 화가 올라오려고 하면 눈을 감아 버리겠다. 다른 곳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하겠다. 그리고 내가 읽고 있던 책으로 아이를 안 보이게 가리겠다. 음악을 듣거나 다른 곳에 생각을 집중시키겠다. 그래야만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은 변하는 존재다. 아이들은 가능성이 많은 존재다. 아이를 믿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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