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방학의 주말이 다가왔다. 이번 주말은 여름휴가를 보내고 맞이하는 주말이다.
주말에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은 힘들다. 이럴 때는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카페에 간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 라테를 시켜놓고 둘째는 주먹밥을 시켜준다. 이 카페는 주먹밥이 있어서 참 좋다.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으니까. 예전에는 이디야에도 아이들과 함께 갔을 때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 많았는데 이 근처의 이디야가 사라져서 아쉽다. 그래도 집 가까운 곳에 더 카페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첫째는 토요일 오전에는 사고력 수학 학원에 간다. 첫째를 학원에 보내놓고 둘째와 함께 앞에 있는 카페에서 기다린다. 나는 독서를 하고 둘째는 옆에서 그림을 그린다. 엄마 옆에서 밥도 잘 먹고 야무지게 그림도 잘 그리는 둘째가 대견하다. 잠시 카페 근처의 도서관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읽은 책들을 반납하고 새로운 책들을 빌린다. 첫째 아이가 방학 때 책을 많이 읽으라고 이런저런 책들을 빌려서 집에 가져다 놓기 위함이다. 책들을 너무 많이 빌려서 어깨는 무겁고 팔도 아프지만 그래도 아이가 읽을 걸 생각하면 기쁘다. 엄마의 노동이 이렇게 힘겹다는 걸 알까. 아이는 모르겠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서 아이가 책을 가까이하면 참 좋겠다 생각한다.
학원이 끝나면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집으로 향하거나, 근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는다. 오늘은 날이 너무 뜨거워서 곧장 집으로 향했다. 첫째도 삼각김밥을 먹고 싶다고 하여 삼각김밥을 2개 사서 집에 가서 먹였다. 먹으며 도서관에서 내가 빌려온 책을 읽는 첫째를 보면 매우 뿌듯하다. 이래서 내가 힘들더라도 책을 빌려다 주는 일에는 가치가 있지. 집에서 학원에서 오늘 배운 내용에 대한 숙제를 한 후에 조금 쉰다. 그리고 3시에는 첫째는 블럭방, 둘째는 키즈카페가 예약되어 있다. 첫째와 둘째는 성향이 달라서 둘의 마음이 맞아 같이 노는 게 쉽지는 않다. 점점 커가면서 이런 차이가 더 심해질 텐데 걱정스럽기도 하다. 나랑 내 동생도 반대의 성격을 가졌고 많이 싸웠었지만 지금은 둘도 없는 자매가 되었으니, 괜찮을 테지?
나도 라면을 끓여 점심을 대강 챙겨 먹고 아이들을 데려다주러 다시 밖으로 나간다. 8월의 뜨거운 햇볕과 매미 소리가 우리를 반겨준다. 올여름 들어 이렇게 우렁찬 매미 소리를 처음 들었다. 짧게 살다가 일생인데 이렇게나 열정적인 매미들이라니. 열심히 울어서 목이 쉴 것만 같은 매미들이다. 나도 한 철을 살더라도 모든 열정을 다해 살고 싶은데 귀차니즘이 자꾸 나를 가로막는다. 왜 더 노력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매미들이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첫째는 블럭방에 데려다주고, 둘째와 함께 키즈카페로 향한다. 둘째는 아직 어려서 보호자가 함께 있어야 하므로 커피 한 잔을 시켜 지켜본다. 둘째는 친구들을 만나 정말 재미있게 잘 논다. 나의 손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 정말 많이 컸다. '엄마, 엄마' 하며 귀가 따갑게 부르는 아이들의 시절도 한순간 일테지, 매 순간을 소중히 생각해야지 다시 생각한다. 아는 엄마를 만나 수다를 떨다 보니 2시간이 훅 지나갔다. 이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
자매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여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하여 간단한 간식을 준 후에 나는 조금 쉰다. 낮잠을 자지 못한 둘째는 졸리다고 칭얼거려서 둘째와 함께 방에 들어갔다가 나도 같이 잠이 들었다. 이른 저녁 꿀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이렇게 개운할 수가. 이게 얼마 만에 맘 편히 자 본 꿀잠인지 모르겠다. 확실히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 있다가 일상으로 돌아오는 경험은 이래서 필요하다. 다른 곳에 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느끼는 행복감도 있겠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모든 것들이 다르게 보이는 경험, 이 경험도 무척 소중하다.
'우리 집이 이래서 좋구나' 하는 집에 대한 소중함,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유로운 일상에 대한 안정감, 시간과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순간에 대한 편안함 등이 다시 나를 일으켜 준다. 다시 살아갈 힘을 준다. 계획되지 않은 채, 관성에 따라 간 여름휴가였지만 일상을 벗어나는 경험을 자주 하는 건 참 좋다.
여행을 다녀온 후 맞이하는 주말은 색다르다. 같은 일상 같지만 내 마음속은 한결 풍요로워진 일상이다. 다른 사람이 된 채로 맞이하는 주말이다. 나는 여행을 한 후에 집에 돌아오더라도 출근일을 하루나 이틀 남기고 돌아오는 걸 선호한다. 즉, 여행지에서 돌아왔을 때도 일상의 여유가 남아있는 게 좋다. 반면, 지인은 출근일 전날까지 꽉꽉 채우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이 잠드는 여행을 선호한다. 사람마다 여행의 스타일이 다르다. 전자는 여행도 일상도 다 잡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후자는 여행에 올인! 하는 마음일지 모르고.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도 일상을 생각하는 그런 마음을 가진 게 나다. 이번 글을 쓰며 오랜만에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꺼내어 읽어보다 아래의 문구를 발견했다. 이게 바로 내 여행 스타일이다!
당신의 여행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여행을 떠나 올 때마다 나는 일상으로부터 도피를 꿈꾼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여행을 하는 중에 나는 가장 열렬히 일상에 대해 생각한다.
- 박상영 에세이,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