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

아이를 통해 나를 보다

by 보나


아이는 어렵다. 키울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되고 나서는 학습을 무시할 수 없다. 엄마로서도, 아이로서도 여러모로 학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시절. 이 시절을 어떻게 보내야 현명할까?


학생이란 단어의 뜻을 GPT에게 물어보았다.

� 한자어 뜻
學 生 (배울 학, 날 생)
→ 배우는 사람 또는 배워서 자라는 사람

� 국어사전 정의
학교에 다니면서 일정한 교육 과정을 배우는 사람.
예: 초등학생, 중학생, 대학생 등


분명 학생이 되면 '배워서 자라야' 한다. 무엇을 배우느냐 하면 교육부의 전문가들이 편찬한 교과서에 각 시기별로 맞는 교육 내용이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그럼 그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은 기본적인 것이고 각 학년별로 잘 알고 넘어가야 맞다. 그래야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시민이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학년에 맞는 기본적인 내용을 공부하는 것을 싫어한다.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내용을 잘 따라가는 것 같은데 왜 집에만 오면 하기 싫을까?


어제 아이를 데리고 한의원을 다녀왔다. 한의사 선생님께서는 나름 책도 내신 분이시고 유명한 분이셨다. 그곳에서 우리 아이는 에너지 수준이 낮은 아이라는 말을 들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에너지 수준이 낮으니 당연히 쉽게 지친다고. 그리고 학교에서는 각 교시별로 할 것이 딱 정해져 있고,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니까 선생님의 지시도 잘 따르고 정해진 규율은 잘 따른다고 한다. 실제로 검사 결과 (무슨) 수행도가 높았다.


이 낮은 에너지를 가지고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에너지를 다 소진하는 거다. 그래서 집에만 오면 모든 게 풀어지는 거라고 한다. 아이가 평소에도 잘 피곤해하고 짜증이 많긴 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검사 결과를 듣고 나니 '내가 아이의 에너지 수준을 또 과대평가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의 기준으로 정해놓고, 아이의 기준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진심으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멀었다. 자꾸만 남보기에 괜찮은 아이로 키우는 것만이 중요한 사람인 것 같다. 오늘 아이를 마주하며 또다시 나의 내면과 마주했다.


나의 내면은 바닥이었다. '남들 눈을 매우 신경 쓰는 사람'. 그래서 아침에 현관에서 아이들이 싸울 때도 아이의 마음보다는 다른 층에 아이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릴까 봐 걱정이 되고, 길을 가다가도 싸우는 모습이 동네방네 소문날까 먼저 걱정이 되었다. 마트나 밖에서 훈육을 할 때도, 남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제대로 훈육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넘어간 적도 많다. 매일 책을 읽고 내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육아서를 읽으면 뭐 하나. 결국 행동은 그대로인데. 마음도 그대로인데.


아이의 눈을 바라봐야지, 책만 바라보면 뭐 하나. 진심을 봐야지. 모든 건 사랑으로 귀결된다.


알면서도 다르게 행동하는 나 자신 덕에 오늘은 반성을 많이 했다. 그리고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숙제해라는 잔소리를 전혀 하지 않고 그냥 두었다. 조용히 저녁을 차려주고, 먹는 걸 기다려 주고,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겠다는 아이를 그냥 두었다. 장난감을 가지고 동생에게 큰 소리를 내길래, "엄마는 네가 큰 소리 내지 않고 동생에게 말하는 것만 연습하면 좋겠어."라고 조용히 말했다. 그러고 나서 다른 방에 있는데 나름대로 노력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씻겨준다고 했더니 스스로 씻는다면서 혼자 씻고 나왔다. 비록 30분이나 걸렸지만. 공부만 아니면 되는 건가?


그냥 내가 하려는 그 욕심, 그 학습, 기본으로 매일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 그것만 내려놓으면 되는 건가?

'초등학생은 하루에 30분은 앉아서 매일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해요.' 이제 유튜브를 하도 봐서 초등학교 시절은 습관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것 같다. 그런 습관을 만들어 주는 건 또 부모라고도 하고 말이다. 자기 주도 학습을 하면 가장 좋지만 그건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돼서 가능하다고도 하고. 여러 가지 정보들이 많이 있지만, 결론은 내 아이는 그들의 아이가 아니라는 거다. 내 아이는 아이만의 특징과 개성이 있다. 그러니 그런 정보들을 성급하게 일반화시켜서 내 아이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고, 그게 맞을 거라는 내 생각만 버리면, 그러면 아이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을 거다.


나는 지금도 답을 알고 있다. 이제는 실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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