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by 보나


내일이면 아이 학교가 개학을 한다. 이번 여름 방학은 나에게 특별했다. 아이에게도 특별했을까?




아이와 함께 보내는 첫여름방학이었다. 일하는 엄마이니 당연하게도 방학을 같이 보낸 적이 없었다. 이제 2학년이라 2번의 방학을 보냈고 3번째 맞이하는 방학인데 이번 방학을 함께 보낼 수 있음에 무척 감사한 마음이다.


내가 일을 하고 있었더라면 아이는 오전 내내 학교의 돌봄 교실에 있거나 학원 특강에 참석했을 거다. 그리고 오후에는 평상시와 같이 학원 뺑뺑이를 시작했을 거다. 지금도 다른 워킹맘들의 아이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나의 아이도 내가 휴직이라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분명 그렇게 했을 거고.


그러므로 나에게 다가온 이 소중한 순간을 아이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이번 여름방학은 4주가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 아이에게 마음껏 쉬는 시간을 주고, 그림을 그리게 해 주고, 만화책을 실컷 읽게 해 주고, 친구와도 좋은 추억을 쌓아 주었다.


휴직을 하면서 결심했던 한 가지는 ‘휴직 기간에는 내가 일할 때 할 수 없는 일을 하자’였다. 아침 등굣길에 같이 손잡고 여유롭게 등교하기, 하교할 때 밝은 얼굴로 아이 맞이해 주기, 아이와 하교 후 놀이터 가기, 놀이터 죽순이 엄마가 되기, 하교 후 편의점에 가서 간식 사주기, 친구와 함께 플레이 데이트 하기, 친구 집에 초대해서 놀기, 아이 학원 보내놓고 기다리기 등. 정말 사소하지만 워킹맘은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이런 일들을 하며 소소한 일상을 채워나갔다. 지금 3달이 지났는데 천천히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많이 밝아졌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동생을 미워하는 마음들도 조금은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아이와 보내는 소소한 순간들이 무척 소중하고 행복하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옆에서 매 순간 지켜볼 수 있음이 정말 소중한 시간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내가 이번에 휴직하지 않았더라면, 이 예쁘고 소중한 모습을 더 많이 담지 못했을 것 같다. 나는 내 마음속 공간이 부족해서 나를 비워야 아이를 담을 수 있는 사람이다. 나를 비우고 아이를 담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매 순간에 충실하고 싶다.





매일 글쓰기는 3일째 못했지만 오늘부터 다시 시작한다. 아이의 개학과 함께. 나의 글쓰기는 잠시 멈추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건 멈춘 게 아니라는, 스스로 위안을 하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멀리서 보면
보석인 듯

주워서 보면
돌멩이 같은 것

울면서 찾아갔던
산 너머 저쪽.

아무 데도 없다
행복이란

스스로 만드는 것
마음 속에 만들어 놓고

혼자서 들여다보며
가만히 웃음짓는 것.
(후략)

- ‘조지훈’의 <행복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삶에는 항상 굴곡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