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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전 포옹의 온기

부부간 스킨십의 중요성

by 보나

아침에 그가 출근할 때 따뜻한 포옹을 나눈 날은 마음이 푸근하다.


그가 매일 늦게 들어와도,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잠들더라도, 다음날 아침 그가 출근하는 새벽시간에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켜 눈도 간신히 뜬 채로 하는 포옹은 달콤하다. 의식적인, 기계적인 포옹일지라도 포옹을 한 날과 안 한 날은 내가 그를 대하는 마음이 다르다.




그는 워커홀릭이다.

남자가 해야 할 일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고, 가족들에게 다정다감하게 대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특성을 다 가지고 있어서 말수도 적고, 어쩌다 한 번 내뱉는 말에서는 투박함이 묻어 나오기 일쑤다. 그래서 내 마음이 막 깨질 것처럼 여린 상태일 때 그의 무뚝뚝한 말투를 들으면 간혹 상처받을 때도 있다.


그래도, 그는 진정성 있는 남자다.

솔직하고 순수하며 진심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반해 결혼했다. 겉은 차갑지만 속은 누구보다 깊다는 걸 느꼈기에. 이 남자와 결혼하면 결혼생활도 진중하게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그와 결혼 후 나는 살이 통통 올랐고 얼굴에는 안정감과 행복이 묻어났다. 결혼 전 계속 흔들리고 불안에 휩싸이며 매 순간을 힘들게 살던 나였는데 그의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은 나에게 큰 축복이었다.




많은 부부들이 그렇듯, 신혼기간에는 알콩달콩, 그리고 달콤 살벌하기도 하다. 서로를 보면 스파크가 터지듯 행복하지만 그만큼 맞춰가는 과정에서 피 터지게 싸우기도 한다. 한 집에서 살면서 치약은 중간부터 짜는지, 아래쪽부터 짜는지, 밥 먹고 나면 설거지는 바로 하는지, 두었다가 하는지, 빨래는 모아서 한 번에 하는 스타일인지, 매일매일 조금씩 하는 스타일인지 이런저런 일상생활의 방식을 맞추며 서로를 알아간다.


그러다가 다르게 살아온 삶의 방식에서 도저히 그나 그녀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이 사람이 진짜 내가 결혼한 그 남자가 맞나? 이 여자가 진짜 내가 결혼한 그녀가 맞나? 하며 의심도 한다. 그러다가 '아 그래도 이 사람이 최고지, 이렇게 나에게 맞는 사람은 없어' 하며 다시 마음을 달래다가 그렇게 진짜 부부가 되어간다.


그렇게 1년, 2년이 지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도 있지만) 아이가 생기게 되면 상황은 급변한다.

엄마, 아빠 모두 육아는 처음이라, 부모가 처음이라, 서툴고 학교에서, 사회에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육아를 하느라 고군분투한다. 주로 주 양육자는 엄마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부터 엄마에게 몰리는 육아의 역할과 가사분담, 감정기복, 대화부재 등으로 인해 부부가 다시 다툼이 시작되기도 한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 시기에 많은 위기를 겪었다. 아이를 낳았지만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육아를 하는 남편에 대한 불만, 가사분담에 대한 불공평, 아이가 있음에도 가정적이지 않는 것 같은 남편에 대한 불만 등.


집집 마다 백개의 사정이 있을 테지만 우리 집의 위기는 개인의 이기심으로부터 온 결과였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서로가 가장 힘든 사람들이었다. 남편은 가족보다는 일이 우선인 사람이었고, 열심히 돈 벌어오면 되는 건데 왜 이해 못 해주니 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나는 일보다는 가정이 우선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던 사람이었다. 우리 부부간의 의견 차는 몇 년 간 좁혀지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다툼은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이제는 그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아직도 가끔은 불쑥 화가 올라올 때가 있다. 같은 맞벌이인데 왜 내가 더 많은 가사와 육아를 하는가 라는 문제에서는 아직도 답을 찾기 어렵지만, 조금 더 저울의 방향이 회사에 쏠려있는 걸 좋아하는 그를 예전보다는 예쁘게 보려 한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아이들과 이 순간을 행복하게 보내는 거에만 집중하다 보면 힘든 건 사라지고 꼬물꼬물 하고 애틋한 기쁨만 남기도 한다.




그래도, 부부 사이가 행복할 때든, 어제 싸워서 얼굴도 보기 싫을 때든, 기계적이지만 일상적인 포옹은 온기를 느끼게 해 준다. 오늘도 포옹의 온기를 기억하며 그가 늦는다는 말을 했을 때에도 좀 더 너그럽게 그를 이해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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