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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May 02. 2022

중년은 고상하고 기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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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 오전에 들른 커피숍에서 오랜만에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브런치를 먹은 후 '커피 마시는 다락방'에서 커피를 마셨다. 지지난 주 토요일에 테이크 아웃하면서 들렀던 곳이다. 그때 기다리는 동안 홀과 2층 다락방을 살펴보았는데 분위기가 나하고 맞아서 다시 와보려고 했다. 일주일 만에 짝지와 함께 왔다.

- 카페 커피 마시는 다락방, 1층 홀 -  

주말이라 점심시간 무렵이면 차이나 타운에 오는 관광객들로 곧 붐빌 터였다. 홀에 들어가 따뜻한 커피 한잔과 밀크티를 주문했다. 1층 홀은 그리 넓지 않다. 아무래도 옛날 건물인 데다가 주방에다 편의시설까지 함께 있으니 활용할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았다.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야외 테라스와 연결된 탁 트인 공간에 테이블이 있고, 그 안쪽에는 여섯 명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다. 테이블 위에는 인천일보가 놓여 있다. 주방 맞은 편의 작은 공간은 둘이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아담하게 배치했다.


- 야외로 연결된 좌석, 6인용 공간, 2인용 테이블 -

주문한 음료를 갖고 2층 다락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계단은 경사가 있어서 조심하라고 왼쪽에 손잡이를 설치했다.  중국식 화병 두 개가 올라오는 손님을 마치 내려다보듯 계단이 끝나는 곳을 도도하게 지키고 있다. 2층에 올라가니 한지 공예로 만든 조명도 있고, 물레방아 모양의 책꽂이와 옛날 모형 전화기, 격자 모양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빛... 한쪽에는 쉬면서 읽을 만한 책까지... 자개장 위에 놓인 청자... 우아하기도 하고 아담하기도 한 공간이다. 격자 창문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의자의 쿠션이 푹신하게 느껴졌다. 팔걸이에 양팔을 걸고 등을 기대는데 딱 달라붙는 느낌이 좋다.


- 2층 다락방 분위기 -

단 한 가지 없는 게 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없다. 고요한 실내 분위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백색 소음조차 들리지 않는다. 다른 카페처럼 부산스럽지도 않고 소란스럽지도 않다. 다락방은 1층 홀보다 훨씬 널찍하다.

 

- 계단, 널널한 2층, 편안한 의자 -


짝지가 자리를 잡으면서 하는 말.  

여기 내 집 하면 좋겠다.


나무로 만든 격자 모양의 창은 내 정서와 통한다. 태어나서 최근까지 편의성과 효율만 강조한 여유 없는 삶을 살았다. 정서가 메마른 시대를 살다 보니, 가끔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 듯, 정적만이 남은 공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고 싶을 때가 있다.


 '커피 마시는 다락방'은 딱 그런 걸 즐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으로 삼아야겠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직 손님은 우리 부부만... 사장님은 우리와 비슷한 연배로 푸근한 분위기의 중년 부인이다. 카페를 나서면서 물어봤다.


•사장님, 오픈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한 7, 8년 됐죠.
•인천 토박이신가요?
▪︎여기서 산 지 한 40년 돼요.



인천은 역사가 오래된 도시다. 한국 근대사와 현대사에 의미를 부여할 사건과 인물이 많 곳이기도 하다. 야사에 내려오는 이야기지만 무학대사가 계양산에서 봉오리 하나만 잘못 세었어도 조선의 수도가 될 뻔한 지역이다. 인천역 주변 차이나 타운과 자유공원이 있는 지역은 인천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동네다.


주변에는 기업화한 브런치 카페가 들어서기도 하고, 중화요리점도 이미 대형화되어 지난 추억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중년의 고집이 아니면 지키기가 어려운 다락방 카페다. 세태를 따라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꾸려가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영화 베테랑에서 형사 역할로 나온 황정민 배우의 대사가 떠오른다.


확! 이 ○○가 죽을라고.
 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엉?
수갑 차고 다니면서 가오가 떨어질 짓 하지 말자?


중년의 가치는 이익에 따라 쉽게 팔랑개비가 되지 않는 데 있다. 지천명(知天命)과 이순(耳順)의 나이가 멋있는 이유다.


■ 가오
    자존심이나 체면을 속되게 이르는 말.
   - 규범정보
    순화(일본어 투 생활 용어 순화 고시 자료(문화체육부 고시 제1995-32호, 1995년 8월 31일)) ‘가오’ 대신 순화한 용어 ‘얼굴’, ‘체면’만 쓰라고 되어 있다.
■ 커피 마시는 다락방
    인천역에서 차이나타운 쪽으로 길을 건너면 하인천지구대 바로 옆에 있다.
    ☞ http://kko.to/KbsHvhT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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