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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Jun 30. 2022

신간 『나는 대한민국 파수꾼입니다』

대한민국, 독립운동, 임시정부, 순국선열, 한국역사

“나는 대한민국 파수꾼입니다!”

    

입 밖으로 외치지는 않았지만, 삶으로 보여준 순국선열의 진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파수(把守)는 경계하며 지킨다는 뜻이다. 파수꾼은 그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조선, 더 정확히 말하면 대한제국은 파수해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발 벗고 나서서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었다. 우리 역사에 가장 치욕스럽고 부끄러운 사실(史實)이다.     


『나는 대한민국 파수꾼입니다』의 차례를 들여다보았다. 열여섯 명의 애국지사 이름이 적혀있었다. 세어봤다. 부끄러웠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분들이었다. 다섯 분밖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나름대로 우리 역사와 독립운동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던 터였는데,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여기며 죽음까지 불사한 이분들을 모르고 지낸 과거가 부끄러웠다.     


책을 읽는 동안 열여섯 분의 공통점을 찾아보았다.      


첫째, 편한 길보다는 가시밭길을 선택하여 험한 인생을 살았다. 많이 가져서 편하게 살 수도 있었다. 배운 게 많아서 적절하게 타협하며 살 수도 있었다. 다른 나라에 망명하여 일신의 안락을 위해서만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분들의 마음에는 오직 조국의 독립이 지고선(至高善)이었다. 형극(荊棘)의 길을 헤쳐 나가는 게 인생의 목표였다. 다만 안타까운 건 조국 광복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분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둘째, 후진 양성을 위해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대로 실천했다. 교육은 미래를 담보로 한다. 현실은 망국으로 조국을 잃었지만, 이분들의 눈에는 미래의 대한민국이 현실이었다. 한결같이 가는 곳마다, 머무는 곳마다 학교를 세우고 청년들을 교육했다. 미래가 없는 사람들은 신념이 없다. 바뀔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립을 확신했다. 신념이 미래로 향하는 길로 안내했다. 역사적인 1945년 8월 15일은 '조국의 파수꾼'들이 옳았다는 걸 증명했다.     


셋째, 김수영 시인의 ‘풀’을 닮았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우리의 5천 년 역사, 지난(至難)한 역사 가운데 우리를 살린 원동력이 바로 ‘풀’이다. 모든 게 흙과 먼지가 되어 사라져도 우리 안에 끊임없이 이어질 DNA가 바로 풀의 생명력이다.      


늦었지만 책을 통해서나마 자랑스러운 순국선열을 알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어떤 분은 이미 책이나 매체로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대중에게 인지되지 않은 분들이 이 책, 우리 독립운동의 주인공이다. 역사는 엘리트가 이끌어간다는 왜곡된 시각을 벗어버릴 때가 이미 지났는데도 현실에서는 아직도 소수에게만 집중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대한민국 파수꾼입니다』를 청소년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도 한번 정독을 권하고 싶다.


일본제국주의의 침탈과 광복 후 혼란, 6.25 전쟁으로 인한 파괴 등으로 기록 문화가 부실해져 남아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나마 의식 있는 학도들의 노력으로 잊힐뻔한 선열들의 역사를 접할 수 있다는 건 현시대를 사는 우리가 누릴 홍복(洪福)과 행운이다.      


요즘처럼 멸사봉공(滅私奉公)과 공동체 의식이 희미해지고 배금주의와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로 삼을만한 책이다. 이 책이 소개한 열여섯 명 중 파수꾼의 역할을 한시라도 잊은 분은 하나도 없다. 파수꾼은 그저 앉으나 서나 깨어서 본분을 지키는 사람이다. 어디 이 나라에 파수꾼이 열여섯 명뿐이겠는가!      


이 책을 읽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부디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파수꾼이 되기를 기대한다.     


“나는 대한민국 파수꾼입니다!”     


삶으로 증명한 순국선열의 희생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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