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일 하나 마치고 점심을 먹었다. 소화가 잘 안 됐는지 머리가 지금까지 아프다. 두통약을 먹고 의자에 앉아 잠깐 눈을 붙였다. 그러면 가라앉을까 했는데 효과가 없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 나아질까 하여 공원에서 산책을 하려고 나섰다. 공원으로 향할까 하다가 북구도서관으로 방향을 틀었다. 장바구니에 담은 책 내용을 엿보려고 왔다. 산책 겸 해서... 《펜으로 유혹하기》다. 독일 작가가 쓴 책이라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럽 출신 작가가 쓴 글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번역서도 영어와 일본어 위주에다가 요즘 중국어가 가세하고 있지만, 유럽 쪽은 드문 게 사실이다.
서가에 갔지만 책이 없었다. 자원봉사자에게 출력표를 보여주니 맨 밑에 '별도보관'이라 적혀있으니 직원에게 문의하라고 했다. 책을 받으면서 왜 별도로 보관하는지 직원에게 물었다. 성인물이나 19금은 별도로 보관한다고 했다. 아마도 표지 사진과 인용구 때문에 그런 듯했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독자와의 섹스를 꿈꾸는 것이다."
도발적인 카피이긴 하지만 내용이 외설로 가득한 책도 아닌데... 소제목의 주제문을 보니 온통 '섹시하다'로 도배했다. sexy는 뜻 그대로 sexy한 의미가 있지만, 완화된 표현으로 보면 '멋지다' 정도로 쓰이기도 한다. 언어라는 게 말하고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나름이니까 어떻게 해석한다고 문제 될 건 아니다. 다만 자의적으로 경직된 수준으로 재단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특히 문학과 예술만큼은 말이다.
19 세금 로판이나 BL도 아니고, 《채털리 부인의 연인》같은 책도 아닌데... D.H.Lawrence가 외설의 목적으로 쓴 건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