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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Sep 25. 2023

지행합일이 없는 세상

학자여등산, 인자요산, 지행합일, 논어, 공자, 말과 행실

드라마 '힙하게' ep14에서 학자여등산(學者如登山)을 쓴 편액을 봤다. 




배우는 사람은 등산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도치해서 풀면 산을 오르는 사람은 배우기를 좋아한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논어 제6편 옹야(雍也)에 공자의 말씀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子曰 "知者樂水, 仁者要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인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동적이고, 인한 사람은 정적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즐기고, 인한 사람은 오래 산다."(김원중, 『논어』, 글항아리, 2012, 125쪽)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2500년 전에는 세태가 그럴만했으나, 과연 지금도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다. 知者와 仁者의 定義가 그때와 같지 않은 것 같다. 지행합일(知行合一), 무실역행(務實力行)은 이미 공허한 외침이 된 지 오래다. 시간이 흐를수록 역사는 진보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더욱 무도(無道)하고 무식(無識)한 세상이 되는 모양새다.


지식은 출세의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산업화를 겪으면서 인간에게 중요했던 가치는 대체로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듯하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법을 다 갖다 버렸다. 지혜는 첨단 과학과 공학이 지배하는 시대에 그 빛이 바랬다. 지금은 모든 게 생산성과 효율성으로 평가된다. 사람답게 살기 위한 형이상학의 가치보다는 돈이, 물질이 무엇보다도 우선한다. 절대적인 기준을 인정하지 않는다. 마치 샤머니즘 시대와 데칼코마니 같아 보인다.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배운 것과 아는 것과 믿는 것과 행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시대, 상식적으로 살아가기도 힘들다. 자손과 후손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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