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항의했다. 아이들의 영작문 숙제에 선생님이 빨간 펜으로 틀린 spelling을 고쳐주거나 문법적인 오류에 대한 답을 써주지 않고 아이들 글에 대한 짧은 comments 가 있거나 아예 아무 내용도 적어주지 않을 때도 허다하다는 게 엄마들의 불만 사항이었다.
학습지의 브랜드 이름이기도 한 OO펜. 우리는 그런 수업과 과제물을 받아오며 컸다. 물론 빨간색이 물들여진 작문 과제물을 돌려받을 때는 긴장도 되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이것만 수정하면 되겠군"이라며 안도를 하기도 했다.
OO펜은 우리의 오답노트이기도 하고 더 잘하라는 격려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살았던 것 같다. 오답노트는 학습지 선생님께서 권유한 대로 틀린 문제 유형을 파악하고 아이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였을 거다. 오답노트를 만들자, 아이가 무엇을 힘들어하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는 파악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답노트는 다른 오류를 생기게 만들었고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아주 막아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이건 조심해야 해"라는 사인을 기억하면서 내 기억은 "실수"를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답을 각인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았다.
운전을 하다 보면 늘 같은 곳에서 길을 잘못 들어가 본 경험이 있는지. 처음에 그 길을 운전하다가 이번 출구인가 하고 빠져나가 보면 아차 다음 출구였는데 먼저 나왔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몇 달 후에 그 길을 운전하다가 또 같은 실수를 범하지는 않았는지. 나의 뇌는 실수를 각인하는 것일 뿐, 실수를 없애지는 못하는 건가.
그런 나의 뇌구조로 난 오답노트의 실효성을 느끼지 못했다. 같은 의미에서 선생님이 줄 쳐주는 빨간 줄 또는 선생님의 문제 풀이나 작문의 수정은 마치 문제에 한 가지 정답만이 있다고 가르쳐 주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다. 이 문제의 "정답"은 이런 거야 라고 가르치면서 내 아이의 Academic quriosity 즉 학업적 의문과 탐구를 키워주는 것보다는 그를 저해하는 부정적인 요소도 함께 갖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이건 이거야"가 아니라 "이렇게 풀 수도 있구나"하고 열린 답을 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