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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Mar 03. 2017

전학생 2

#클레멘타인 1분소설

"바쁘냐?"



새벽에만 오던 놈이 이 시간엔 왠일로...그래 발바닥에 불나게 바쁘다. 그리고 짝꿍놈아. 눈은 뒀다 뭐하니. 너 님 뒤로 줄 선거 보면 모르나. 




"주문하시겠어요?^^"

"아니 !!! 바쁘냐고오!!!!!"




으악, 귀청이야.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나. 

두성이 열렸네. 

아. 

그럼 그렇지. 맞네. 시비 걸러 왔네.


녀석은 메뉴판은 안 보고 내 얼굴만 뚫어지게 봤다. 




도전이냐? 




나는 어금니를 꽉 물으면서 억지웃음을 지었다. 




"으응. 조금. ^^ 그러니까 주문하시겠어요?"


"빅맥세트, 세트 감자는 소금 빼고, 콜라는 커피로.. 아니 우유로.... 음... 아니다 그냥 콜라로, 콜라로줘. 다이어트 콜라 있냐? 아니다 그냥 콜라줘."



저저저 화상.쯧.



"주문 확인하겠습니다. 빅맥 세트 하나 세트 감자튀김 소금 빼고 테이크 아웃 맞으시죠?"


"어. 근데 너 언제 끝나냐?"


"네?"


"끝나고 뒤편 주차장으로 와라. "


"어... 왜?...?? 야.. 아..."



녀석은 그렇게 대꾸도 없이 휙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녀석이 뒤를 돌자 줄 서 있던 여자애들의 동공이 커졌다. 그래. 생긴 건 인정. 아니 그런데 뭐? 주차장? 참나. 저게 시크 열매를 한 만개쯤 까처먹고 왔나. 아니면 어디서 없는 싸가지를  탈탈 털어 밥 말아먹고 왔나. 


하아- 그래. 손님이다. 손님.


습습후후- 나는 라마즈호흡을 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약 2시간 동안 저글링 개떼가 몰려왔다 사라진 듯, 점심시간이 지나갔다. 나는 그제야 오늘 하루 종일 화장실 한 번 못 갔다는 게 생각이 났다. 아 내 인생. 나도 매대 반대편에서 평생 소비만 하는 손님으로 살고 싶다.




잠깐 양해를 구하고 매장 2층으로 올라가니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여자 화장실은 두 칸이라 줄이 꽤 길었다. 나는 다시 내려와 매장 뒤편 건물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때였다.





"야! 왜 이렇게 늦어? 누군 한가한 줄 알아? "






????흐익???? 이 목소리는???





그렇다. 망할 짝꿍 놈이다. 

쟤 오늘 뭐 잘 못 먹었나? 왜 그러는 거야. 아니 왜 내 사생팬 코스프레야. 


햐- 그런데 저저 어디서 시커먼 선글라스는... 그래. 뭐 좀 생기긴 했네. 

그런데 얼굴만 조인성이면 뭐냐, 진짜 인성이 안 되는 데 쯔쯔. 

뻔질뻔질한 녀석의 얼굴에 홀린 여자들이 힐끗힐끗 쳐다봤다. 아는지 모르는지 모델 화보처럼 거만하게 길막하고 있는 녀석을 보고 있다가 그 모습이 하도 기가 차서 대꾸도 없이 그냥 지나쳤다.


화장실을 너무 오래 안 간 탓인지 폭포수 같은 물줄기가 쏟아졌다. 나조차 민망해 괜히 화장실 물을 한 번 내렸지만, 어찌 된 일인지 물을 내린 후에도 나의 용무는? 끝나지 않았다. 아, 내가 이렇게 산다.




"야! 못 생겨가지고 사람 생까냐? 빨랑 나와."





므어라? 못..못..!!! ㅂㄷㅂㄷ... 

건물이 쩌렁쩌렁 울리게 남의 얼평을... 

아니, 그리고 왜 여자 화장실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ㅠㅠ



나는 너무 창피해서 옷도 정리 못 한 채 얼른 화장실 앞으로 빠져나갔다.




"뭐야, 미쳤어? 여자 화장실 앞에서 뭐 하는 거야?"


"아, 그러게 왜 대꾸를 안 해! 아... 똥 쌌냐? 저저 옷 좀 봐라. 티다난다 너."


"뭐..? 뭐....??????????"



나는 옷을 주섬주섬 다시 챙겼다.




"어휴. 어떻게 아무 데서나 싸냐. 기지배가."




끄아아아. @@


나는 미친 짝꿍 놈의 헛소리 대잔치에 정신이 혼미했다. 



아니 얘가 뭐래니. 나한테 왜 그러니. 

널 어쩌면 좋니. 어머님이 누구니 ㅠㅠ 어떻게 이렇게 널 키우셨니 ㅠㅠ 



녀석은 여전히 선글라스를 쓰고 불평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 졌다. 

나는 도저히 고구마 100개 발라 놓은 시멘트 벽 같은 녀석과 대꾸할 힘이 없어 그냥 매장으로 들어갔다. 

날도 푹푹 찌는데 혈압 오른다. 휴.




일을 하다가도 똥 싸냐는 짝꿍놈의 말이 맴돌아 얼굴이 뜨거워졌다. 



제기랄. 미친놈, 미친놈이 분명해. 미친놈 등급이 있다면 1등급일거야.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니다. 신은 공평해. 

저 얼굴에 고운 마음씨까지 줬으면 어쩔뻔했어. 여자 여럿 울릴 뻔했어. 한 마디만 나눠봐도 딱 접근 금지 공사 중 같은 인간인걸 알게 돼서 다행이지 뭐야. 



"여기서 뭐해?"


"앗, 아...아무것도 아니예요."



혼잣말을 중얼 중얼 거리고 있는 데 매니저 오빠한테 딱 걸렸다. 아흑.ㅠㅠ 쪽팔려.


그건 그렇고 오늘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니. 

아, 빨리 알바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 ㅠㅠ 

아니, 오늘은 아예 끝내고 빨리 새로운 내일을 맞이 하고 싶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나는 서둘러 매장을 빠져나왔다. 여름의 태양이 식을 줄 모르고 여전히 열기가 후끈했다. 빨리 집에 가서 차가운 수박 한 입 베어 먹고 싶다. 수박수박...


너무 더워 냉장고 속 수박만 생각하며 가방 속 이어폰을 꺼내려는 데, 




빠아아 앙-빵빵 빠아 앙-!!!!!!!!




"엄마나!!!"




나는 너무 놀라 벽 쪽으로 딱 붙어 섰다. 일방통행길을 역주행하는 저 미친놈은 또 뭐람?이라고 생각하려는 데 창문을 열고 익숙한 얼굴과 목소리가 쏟아진다.








"야! 못꿍!!! 주차장으로 오라니까 너 왜 그냥 토껴?!!!"












....... 오 신이시여. 제가 뭘 잘 못 한 거죠?







다음에 계속...







클레멘타인 1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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