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클레멘타인 솔직 에세이

by 클레멘타인

어떻게 하면 내 인생을 사랑할 수 있을까.


오늘은 하루 종일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자잘한 비 소리가 사랑스러운 수요일입니다. 오전에 깜박 늦잠이 들어 부랴부랴 일어나 보니 여전히 잿빛 하늘이 걸려있습니다. 아무도 너에게 잘 못되어가고 있다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 하루를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상대에게 아무런 이익을 얻지 않아도 무작정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나의 유일 무이한 하루를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는 없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턱이 높은 화장실 앞에서 문득 무언가 잘 못 되어가고 있다는 감각의 경고가 울립니다.


진실을 써야 해.

진심을 써야 해.


존재하지 않는 진심을 쓰기 위해 바락바락 대들던 시간들이 비늘처럼 벗겨지고 있습니다. 곰팡내 나는 작은 방에는 벗겨진 내 허물들이 똬리를 틀고 쳐다봅니다. 잠시 동안 신경전을 벌입니다.


까불면 까부는 대로,

늘어지면 늘어지는 대로,

엉망이면 엉망인 그대로


손에 잡히는 것 없는 내 인생의 하루도

거짓말뿐인 허무한 30대의 인생도

목적 없이 꾸역꾸역 밀려드는 0그램의 가치관

잘 났다고 떠들 줄 아는 못 난 행동이라도


이런 나 라도 사랑할 수 있을까.

이런 사람이라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벗겨진 허물에 아무리 물어도 대답이 없습니다. 결국 목소리를 잃어버린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고, 소년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준 나무는 밑동만 남았습니다.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없습니다. 그저 잃어버리는 것들만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다시 허물을 주섬주섬 꺼내어 펼칩니다. 옥죄고 무겁고 내가 아니라도 입습니다. 아니 그게 나 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잘못되었다고 말해주지 않습니다. 작고 작은 세계 속은 미적지근한 습기가 있습니다.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웅크립니다.


오늘은 수요일입니다. 비 오는 소리가 당신 목소리만큼 다정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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