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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Aug 10. 2017

47.백수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

누군가를 좋아하던 마음을 잊어버리는 건 왜 일까요.


왜 있잖아요.

누군가 좋아지면 갑자기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하루종일 궁금해서 못 살겠고,

괜히 나노초로 너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던 나였는 데.


하루가 길어지다가 동시에 찰나로 끝나버리는 데 그건 마치 88열차 맨 앞자리에 탄 기분이 들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할 이야기도 많아지고 온통 내 외모에 신경쓰느라 괜히 다이어트니 피부관리니 할 일이 많아지잖아요. 진짜 마음이 열일하느라 바쁜 날들이 이어지죠.


야근을 해도 월하수목금금금 당신 생각은 하나도 안 귀찮고, 정말, 하나도 안 지겹던 걸요.



암기력이라곤 가족 전화번호가 다인 내가, 새로 나오는 영화 리스트를 줄줄이 꾀고 있고, 휴일에 뭐 할까, 약속은 있을까, 지역마다 맛집 검색만 하루 왠 종일하게돼요.


정말 세상 물정에 밝아지는 기분이라니까요.


그렇게 호기스럽게 살다가 어느 날 뚝 ! 발길 끊긴 단골처럼 정말 아무일 없다는 듯이 당신은 내 인생에서 사라져요. 


그냥 그렇게 내 마음은 일자리를 잃어버린 백수 신세가 됩니다.


아. 나는 널 만나기 전 삶이 이렇게 터진 고무줄 바지 같았나?


시간이 헐거워지고있어요. 

자꾸 마음을 추스려봐도 흘러내려요.


많은 걸 잊어버렸고 모든 게 귀찮아지네요.


아무래도 크게 구멍난 양말을 신고 나온 날처럼, 부끄럽고 숨기고 싶어지는 엄지발가락처럼,


 뻘줌해. 응 맞아. 하루가 뻘쭘해요.


그렇게 익숙해지네요.

천천히 적응하는 개구리처럼 마음이 죽어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도 신경쓰이지 않는 날들이 늘어가는 건 너무 슬픈일입니다.


그래서 다시 좋아하고 싶지만 잊어버린걸 어쩌겠어요.


백수가 되버린 마음도 취업하고 싶다고 난리네요. 아무래도 빈둥빈둥대는 건 못 할 짓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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