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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Aug 09. 2017

46. 달과 지구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

수요일 왜 그렇게 좋을까요.

수요일은 당신을 만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좋아 수요일이 좋아졌습니다. 수요일이 좋아 당신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도 될까요. 그리고 오늘 저녁에 시간 되냐고 물어도 될까요. 잠시 주춤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나의 마음은 벼랑 끝까지 밀려 말라갑니다.


새벽에 이유 없이 눈을 뜨고 당신을 생각하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혹여나 당신의 메시지를 놓친 건 아닌가 핸드폰 불빛에 눈이 아리던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두 손으로 핸드폰만 꼭 붙잡고 잠들 던 그 날은 다른 날이 아닌 수요일이었습니다. 당신은 그런 나를 이해할 수 조차 없을 테지요. 하지만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새벽이 많아지고 나는 그 새벽을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그것만이 새벽을 불행하지 않게 보내는 방법이니까요.


수요일은 왜 그렇게 좋을까요.

당신과 나는 달과 지구만큼의 거리가 있어도 늘 바라볼 수 있는 사이입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달이 지구를 출렁이게 하는 것처럼, 당신이 아무리 멀리 있어도 언제나 마음이 요동칩니다. 당신이 나를 생각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어느덧 수요일의 오후처럼 당신의 냄새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 번도 내 마음을 전달 한 적 없었지만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듯 구멍 난 내 가슴은 당신이 흘러와 가득 채워집니다. 밖으로 뛰쳐나가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매일매일 그리워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잘 익은 과일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듯이 너무도 자명하게 당신을 향해 떨어지겠습니다.


이 글을 당신이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암호를 해독하듯 당신이 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은 수요일이고 나는 글을 씁니다. 수요일은 왜 그렇게 좋을까요. 당신만은 알겠지요. 아무리 멀리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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