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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Aug 11. 2017

49. 마지막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

마지막 순간에 나는 어떤 얼굴이었을까.


헤어지던 순간과 헤어질 때 했던 마지막 말이 떠오르지 않아.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일상의 작은 스침 속에 너가 살고 있는 데 말이야. 가끔은 전혀 연관 없는 바다와 먼지와 칫솔 처음 가는 골목에서 너라는 파편이 길 모퉁이에 숨어있다 튀어나와. 해마에 콕 박혀버려. 


만약 깊은 바닷속에 빠져 마지막 순간에 떠오르는 사람이 너라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날 내가 했던 말이 기억나지 않아.

마지막으로 어떤 얼굴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아.

헤어져야 했던 이유가 기억나지 않아.


그래서 가끔은 미치게 그리워지나 봐. 내가 했던 모든 잘 못이 기억나지 않아서.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의 마지막 얼굴도, 마지막 말도, 우리 마지막 순간도 모두 잊고 그렇게 살고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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