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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Aug 29. 2017

52. 리와인드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

그때는 너무 옳았던 사실들이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 그렇지 않은 순간이 많았다.


내가 당신을 만나던 때가 그랬다.


그때 내가 본 당신은 늘 제 멋대로에 엉망이었다. 무엇이든 자기 중심적이고 작위적인 행동이었다. 돌아서서 누군가를 험담하던 당신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기도 했다.


나는 당신의 옳은 기준에 밀려 자리가 좁아지는 게 싫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은 없다. 멀리 돌려가며 표현하면 눈치채지않을까? 하지만 당신 앞에 늘 옳고 합리적인 이유가 우뚝 서있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 그래서 더 옳은 내 기준을 세워 당신으로부터 멀리 떠났다. 우리 인연은 가타부타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서로서로 연락이 말라갔다. 나는 그것이야말로 옳은 일이고, 그것이 당신의 생각보다 더 정의로운 선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가을밤이 찾아오면 모든 정의와 진실들은 한 순간에 바스라지고 나는 다시 공기 중을 부유한다. 미안한 마음에 밤잠을 설치는 날도 있었다. 그 죄가 드러날까 전전긍긍했던 시간도 있었다. 


젠장.삶의 기준같은 건 속이 부실한 화려한 건물일 뿐이다.


그 동안 쏟아냈던 모질었던 말들을 단숨에 태워버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도 나도 옳은 것 따위는 없었다고 이야기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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