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그리기

#클레멘타인 솔직에세이

by 클레멘타인


느낌적인 느낌의 고양이


<첫 번째 고양이 그리기>


타고난 똥손이라 그림에 영 소질이 없지만 중요한 건 내 고양이고, 내 그림이고, 내 일기장이니까...라고 위로하면서 내가 봐도 꿈에 나올까 무섭... 고양이가 그림에 인지력이 없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아마 우리 고양이가 그림을 즐긴다면 자신의 자화상을 보고 너무하다며 가출할지도 모른다.


망부석 고양이


<두 번째 고양이 그리기>


거의 두 달 동안 여름 비가 내려 집안은 습기로 떠내려갈 정도였다. 후. 고양이도 나도 우울증 증상으로 힘들었다. 어느 날 이더라? 맑은 날이 와서 여기저기 정리 좀 하다가 발견한 쌀통(페트병) 안에서 새 생명을 발견했다. 여름 습기는 생명을 만든다. 페트병에 들어 있는 쌀벌레 나방? 은 나의 밥을 몽땅 가져갔지만 잠시나마 볼거리를 제공했다.



의자는 몽땅 내꺼야 1.
의자는 몽땅 내꺼야 2.


<세 번째 고양이 그리기>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자기가 잠드는 곳이 정해져 있다. 어릴 때는 매번 이불속에 파고들어 응석 부리더니 지금은 억지로 침대로 데려와도 걸음아 나 살려라 이다. 쳇.

결국 내가 생각해 낸 것은 고양이가 자주 잠드는(원래 내 의자) 의자를 침대 옆으로 가져오는 방법밖에 없었다. 밤에는 잘 안 오고, 아침이나 초저녁에 이 곳에서 잠이 든다. 끙. 이 정도면 집착도 병인데. 그래도 치사하다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집사야, 흔들어봐라.


<네 번째 고양이 그리기>


고양이가 무언가 골똘히 보고 있는 걸 좋아한다. 고양이 장난감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건 일명 '고양이 낚싯대'다. 다른 건 금방 흥미가 떨어져서 가능하면 낚시를 흔들흔들해야 하는 데 문제는 내가 수동으로 흔들어 주고 이리저리 같이 뛰어야 한다는 거다. 나름 운동도 되고 좋긴 하지만, 때때로 솔직히 말하면 10% 정도는 귀찮다.

다음 생에는 슈퍼맨으로 태어날꺼야.

<다섯 번째 고양이 그리기>


가끔 고양이가 자는 것만 봐도 흐뭇할 때가 있다. 고양이는 몸을 길게 늘어트려 슈퍼맨 자세로 잠들거나, 비좁은 창틀에 올라가 가끔 떨어지는 수모를 겪으면서 잠들거나, 작은 캣타워에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잔다. 문제는 자는 게 이뻐서 자꾸 만지게 된다. 고양이는 예민한 동물이라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건들게 된다. 그래서 내 손이 안 닿는 캣타워에서 자는 건가. 두 번째 쳇. 그래도 혹 내가 아예 안 건들면 아쉬운 느낌도 가끔 들지 않을까?



응,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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