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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Nov 03. 2017

68.  근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

당신을 파낸 자리가 옴폭해졌습니다.

도려낸 그 곳에 다시 당신이 자라났습니다. 


담벼락을 오르는 이름 모를 덩굴들이 제각기 삶을 짊어질 때,

가로수에 모과가 주렁주렁 매달릴 때,

당신은 꿋꿋하게 자라났습니다.


아무런 이유를 찾지 못해 한참을 망설일 때도,

이름없는 땅을 갈라내 뿌리를 박을 때도,

당신은 흙을 움켜쥐고 비를 빨아들여 잘라내도 잘라내도 자라났습니다.


그 끝이 어디까지 파고 들었는 지 흙 구덩이에 머리를 넣고 당신을 찾아냅니다.  너무나 부족한 생이라 찾아도 별 도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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