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
생에 무언가를 뺄 것이 있는 사람들은 부럽다.
철 지난 옷도 언젠가 내게 어울리는 날이 있을까하여 서랍에 다시 개키고,
바다의 모래도 언젠가 내게 산이 되는 날이 있을까하여 모아둔다.
겨우내 얼어 붙은 설산에 진눈깨비 쏟아지면, 언젠가 당신이 될까하여 가방 안 수북히 담아 낸다.
이리 모른 체 하며 버텨내다보면
언젠가 알은 체 하고 싶은 날 있을까하여 더 이상 뺄 것이 없다.
마음이 밀려나 뭐든 지우고 다시 쓰고 싶은 날.
더하고 싶은 날 보다 빼고 싶은 날 많지만 혹여나하는 의구심의 등호만 질겅질겅 씹어낸다.
정해진 답은 새겨진 문신처럼 잔인하다.
몸에서 당신을 빼내어 먼지가 될 때까지 가루로 빻아도 0 은 될 수 없다. 존재하지 않는 숫자 때문에 삶의 무게만 더해가고 있다.
Tell Me - Sabrina Cla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