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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Nov 28. 2017

76. 회복하는 인간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

눈이 내렸다고 했어.


사진 속 넙죽한 콘크리트 바닥 위로 

희고 보드라운 솜털이 돋아 있었어.


나는 거기는 괜찮냐고 물었어.


너는 다 괜찮다고.

살다 보니 결국 쏟아지고 뒤덮이고 다시 멈추는 게 반복될 뿐이라고.

그게 일상이 되면 뾰족한 의문 같은 건 진즉에 다 흩어져버린다고.


그렇구나.


나도.

이제 나도,


눈이 쏟아지면 싹싹 쓸어 모아 바짝 끌어당길 거야.


너는 


그으래?


응. 


내 방 귀퉁이에 앉아 있는 저 그림자들 위에 누워

머리 끝까지 뒤덮고,

머릿속에 춤추는 의문 따윈 멈추고,

기대 없는 하루를 일상으로 만들 거야.


나도 그래야지.

나도 너처럼, 

나도 눈처럼,

그렇게 해야지.


하지만 왜 일까.

잘근잘근 씹어 삼킨 말들에 체 할 것 같아.

구겨 넣은 진심에 배앓이를 하고 있어. 





문문 비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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