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타인 솔직 에세이
막 맛있는 게 먹고 싶은 데 그게 도무지 뭔지 모를 때가 있습니까?
그러니까 분명 지금 느끼하거나 텁텁한 건 먹고 싶지가 않고 무언가 상큼하면서 맛있고 기분 좋아지는 그런 '무언가' 먹고 싶은 데 도통 모르겠는 거 말입니다.
아니면, 먹방을 보면서 '아, 저거 지금 당장 먹고 싶다!'하는 욕구가 불끈 올라온 적은 어떻습니까? 그래서 당장 배달을 시키거나 가까운 슈퍼로 쪼로로 달려 나가 뚝딱뚝딱 해 먹었을 때의 행복감이란 정말 굉장하지요.
최근에 저는 무언가 글을 쓰고 싶은 데, 아- 뭔가 분명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데, 그게 뭔지 도통 모르겠는 겁니다. 나원 참. 그래서 자꾸만 뭘까, 뭘까 하다가 뭔가를 써내다 보면 막상 내가 생각한 이야기도 아니고, 스모키 화장이 가부끼 화장이 된 것처럼 결국 엉뚱한 이야기만 줄줄 읊어대다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거지요.
상황이 이렇게 되면 먹고 싶은 음식이 품절돼서 못 먹어 안달 난 사람처럼 불안 초조해집니다. 계속 무언가 진짜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데 , 싶은 데, 하면서 안달이 나는 겁니다. 최근 그런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 문제는 얼마 전부터 핸드폰이 고장 나는 바람에 현재 강제 디지털 디톡스를 당하고 있다는 겁니다. 좋은 점은 인터넷을 정말 안 하게 된다는 것과 (받은 임대 폰이 3G라 그냥 걸어가서 확인하는 게 빠를 정도입니다.) 나쁜 점은 시시때때로 생각나는 글들을 적는 일이 아주 불편해졌다는 것입니다.
종종 산책을 하다가 이런저런 글들을 생각하곤 하는 데, 스마트한 녀석이 없으니 글을 적기가 꽤 불편합니다. 이런저런 핑계로 생각나는 것들을 휙휙 지나치다 보면 또 골치가 썩는 겁니다. 막상 쓰겠다고 컴퓨터를 열면 빈 통장처럼 쓸 말이 텅텅 비고 없어 네이버 실검이나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들락날락 대다가 쓰잘 대 없는 최신 뉴스만 확인하고 끄게 되는 겁니다. 휴.
조금 디테일하거나 완벽주의자들은 저처럼 맹꽁이 같은 짓은 하지 않겠지요. 저는 왜 이렇게 매번 중구난방인지 모르겠습니다. 허당 대회가 있다면 수상 소감을 써놓아야 할 정도입니다. 과거의 사람들은 글 한번 쓰자면 먹을 박박 갈아서 한 글자 한 글자 소중히 썼으니 이미 머리에 쫘악 정리가 되어 있었겠지요. (너무 멀리 갔나요.) 아무튼 그 정도로 논리적이고 정리 정돈이 잘 되는 사람이었다면 좋겠건만. 뭐 어쩔 수 없지요.
혹, 이번 일을 계기로 그렇게 되려나 내심 기대도 해봅니다.
쓰고 싶은 말을 쓰고, 먹고 싶은 걸 먹고, 보고 싶은 사람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그 모든 걸 명확하게, 자신을 알고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저는 지금 먹지 못 한 맛있는 음식처럼 쓰지 못 한 어떤 이야기들이 자꾸만 밀리고 밀려 정체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올 한 해는 이렇게 부실하게 지나가려나 봅니다.
*쓸 듯 말 듯 글 변비와 좔좔 글 설사가 반복되는 것도 참 난감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