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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Dec 01. 2017

81. 산책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기다리면 당신일 것 같아서,

건너편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깜박이면 당신일 것 같아서,

놓쳐버린 22번 버스 뒷좌석에 그림자 당신일 것 같아서,

코트 위에 떨어지는 첫 눈이 당신일 것 같아서,


스쳐가는 모든 것들을 뛰어넘어 무작정 기다리다보면 

긴 기다림이 언젠가는 당신일 것 같아서

내딛는 발자국, 발자국마다 그리움의 무게가 깊어진다.


붕 떠오른 먼지들 사이를 여행하는 사람처럼,

여기저기를 떠도는 작자 미상의 글귀처럼,

느릿느릿 제자리를 맴도는 회전목마처럼,

가방 안에 한 번도 뺀 적 없고, 한 번도 쓴 적 없는 물건들처럼,


인연과 절망의 교차로에서 당신이라는 긴 사랑을 앓고 나면

다 알게 된다.

다 알게 된다.



양희은 산책 with 이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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