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카드 속 당신

인연과 우연

by 클레멘타인

뒤적뒤적. 잊고 있던 메모리카드가 서랍에서 나온다. 응?


뭐가 있더라. 요즘은 미치도록 힘들다는 컴퓨터 파워를 누르고 메모리 카드를 열어본다.


와라락.


지난 내 시간들이 좁은 공간에 구겨져 있다 튕기듯 쏟아져 나온다.


그들은 모두 무얼 하고 있을까.




아주 짧은 시간 스치듯 지나간 사람들이 있었다. 있었는지 기억조차 남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스쳐 지나간 것이 아니다. 그저 기억을 못 하고 있었을 뿐.

작은 메모리 카드 안, 그들의 시간이 잡혀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 다시는 만날 지 안 만날지 기약 없는 사람들. 그러나 너의 생각은 자만일 뿐이라고 코웃음 치듯이 내 메모리 카드에 남아있다.


모두들 언제 그렇게 자신의 곁을 내주었는지도 모르게 나에게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나 여기 있어요.


나는 사진을 하나하나 확대해보며 그들의 표정을 살핀다. 얼굴을 바라본다.

우린 어떤 인연으로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 숨 쉬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왜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아보려고 조차 하지 않은 채 그렇게 멀어져 버린 것일까.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이유 없이 환하게 웃어주던 사람들. 그리고 이내 잊히던 사람들.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건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인연인지 당신은 모를 거다. 나 역시 몰랐으니까.

백번을 천 번을 스쳐도 아무렇지 않게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당신과 나였다.


그러나 지금 당신은 조금도 스치지 않고 나의 글을 읽고 있고, 나는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당신을 상상하며 글을 써 내려간다.


혹시 ?

내 메모리카드 어딘가에 당신의 얼굴이 있을지. 아니면 내가 당신의 곁을 지나쳤을지.

인연이라는 것은 미치도록 끌어당김이다. 그리고 이 작은 공간에 당신과 내가 있다.









궁금해.


나 역시 누군가의 메모리 카드에 숨 쉬고 있을까? 그렇게 내 시간을 잡아간 사람들이 있을까. 서로의 추억 조각을 공유하고 있을까. 미치도록 넘치는 사진을 하나하나 살피며 지나온 내 공간들을 상상한다.

찰나의 시간이 사진 속에 남아서 영원히 맴돈다. 그리고 가볍게 DEL. 또 다른 인연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


우리가 영원히 서로를 모르던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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