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레멘타인 Jun 07. 2016

사랑이 뭐예요?

너만 빼고 세상 사람들은 다 알겠다. 바보야.

언니, 사랑이 뭐예요?



음, 글쎄. 그건 왜 물어? 누구 만나니?


아니요. 뭐, 그게. 그냥,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누구 좋아하고, 막 설레고 이러는 거. 딱히 생각나는 사람도 없고, 그런 기억들도 없고.


좋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냥 그런 이유로 만난 사람들은 헤어진다고 미련이 남거나 아프거나, 모르겠어요. 만나는 중에 사랑이다! 하고 박수친 적도 없고.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고.


정말 그게 뭔지. 언니, 사랑이 정말 뭐예요?


어렵다. 사랑, 사랑말이지. 그냥 그런 거 아닐까? 사랑한다는 건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 자연스러워지는 거. 머리로 생각해보면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 데 그런데도 그냥 그렇게 믿게 되는 거. 미친년처럼 웃다가 , 세상 끝날 것처럼 울다가, 죽도록 밉다가, 다음 날이면 다시 보고 싶은 거. 정말 하나도 말이 안 되는 그런 상황들, 감정들, 생각들 그런 것들 말이야.


에- 너무 복잡한데요? 그게 뭐예요. 더 헷갈린당.


그치, 헷갈리지. 그게 사랑이야. 확고하지만 확신할 수 없는 감정이 사랑이야. 좋은 데 의심 나고, 싫은 데 생각나고, 아무 상관없는 것들과 연상 단어처럼 떠오르고, 자꾸 모든 연애에 나를 대입해보고. 그런 거.


자꾸만 재고, 따지고 그러다 그런 세상의 평가들 잣대들, 하루 종일 셈해놓고, 아무런 상관없이 좋아하는 거. 자꾸만 엇갈리는 데 도돌이표처럼 마음이 돌아오는 거. 안 되는 거 알면서도 자꾸 되는 거. 백 가지가 문제면 한 가지가 사람 미치게 하는 거. 온종일 사람 헷갈리게 하는 거. 그런 사람 만나면 사랑해. 죽도록. 그냥 해버려.


아- 언니, 그 기준에 맞추는 게 더 힘들 거 같아, 나는.


그치, 되게 피곤하지. 되게 힘들지? 근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절차들이 한꺼번에 다 일어나는 게, 사랑이야. 그래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티가 나지. 상대를 닮아가서 어딘가 달라지고 말투도 바뀌고 식성도 바뀌고 노래, 옷, 향기 취향 다 바뀌 잖아. 너무나 우연의 확률을 짧은 시간에 다 가진 사람이라서 가만 있어도 광이나. 지금 너처럼.


에? 저요?


응, 너 지금 예뻐. 광나. 그러니까 그런 거 지금 나한테 물어보는 거겠지. 이 사람, 진짜일까. 나 정말 좋아하는 거 맞나? 이런 생각, 하는 거 아니야?



... 모르겠어요.


너만 빼고 세상 사람들은 다 알겠다. 바보야.




매거진의 이전글 인소 : 봄 장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