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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Jul 05. 2019

사고

7월이  시작된 화요일, 교통사고가 났다.

, 났다기보다 '당했다'라고 쓰는  맞겠다. 

내가 택배 트럭에 치였으니까.


1.


오늘로 병실 4일 차다.

나는 오늘이면 집에 돌아가리라 생각했는데, 이런, 진짜는 지금부터인가 보다.


일단 머리가 너무 무겁고 허리가 빠질  같다.

남들은 이참에  쉬라는 , 건강인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다. 아픈  쉬는  아니라 아픈 건 아픈 거다.


시간은 밖에 있을 때보다 훨씬 빨리 달려간다. 

불안하고 초조하다. 나만 두고 가는  여름이 야속하지만 탓할 무언가 없다.  하필  운전자는  시간을 지나가면서  안 보고 운전했지? 나를   운전자를 밑도  끝도  없이 원망하다 그래도 분이    풀리면   나는  길을,  가지 않던 길을,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사고를 당해야 했지? 희망, 계획, 의지, 열정이 한꺼번에 쓰레기통으로 박히는 날들이 이어졌. 


아프다는  승패 없이 지기만 하는 게임이다. 몸은 탄력을     정신은 불안정해진다. 그래서 건강은 내가 가진 최고의 보물처럼 과신하지 말고 아끼고 소중히 다뤄야 해.


2.


병원은 온갖 스토리의 장이다.

이렇게 오래 입원하는  태어나 처음인데, 병문안 오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어찌 된 일인지 다들 교통사고 박사학위를 가진 듯하다. 인대가 끊어진   걸었다는 기적을 보여준 사람, 멀쩡히 집에 갔다 3 뒤에 죽었다는 사람, 4 뒤에  금 간 사람, 10일 뒤에 췌장이 파열됐다는 사람 등등 듣다 보면 나는 너무 늦은 경험인가? 싶을 정도로 기괴한 사고들이 많았다.


입원하며 며칠 함께 생활하는 일은 뭔가 다른 유대감을 갖게 한다. 짝은  여러 번 바뀌었는데, 어떤 방짝은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 펑펑 울기도 했다. 그렇게 태어나  번도  적 없는 다친 영혼들이,  방에서 잠을 자며, 서로를 위로하는 . 



3.



소통이란 얼마나 소중한 행위인가. 

자신의 의견을 말할  없는 이는 식물이나 마찬가지 취급을 받는다. 나는 sns에 사고 소식을 올렸고 곧바로 지인들의 전화와 병문안이라는 애정을 느낄  있었. 어릴 때는 아파도 눈물이 나도 이를  깨물고 참았지만, 지금은 엄살 유단자라 조금만 아파도 낑낑거린다. 


엄마는 전형적인 고양이 타입인데, 병원을 다녀오면 며칠 뒤에 나에게 말한다. 자신의 약함을 숨기는  상대를 위해서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래 봤자 좋을  하나도 없다. 장담하건대 아픈  그때그때 소문내는  좋다. 우리의 연약함은 타인이라는 존재의 이유를 만들어 주니까.

, 물론  아프면  좋고.




4.


고마워요.

어떤 사람들은 건너 건너 듣고 찾아와 주기도 했다. 자신의 영업시간을 닫고 찾아온 이도 있었다. 출장 중에 전화  사람, 농담처럼 던진 말에  사온 사람, 이직하고 연락이 뜸하다  달만에 소식을 듣고 찾아온 사람, 사고 소식을  대신 단톡   사람, 보호자가 없을    자리를 대신해  사람, 가족 모두 찾아와  사람, 나를  운전자를 향해 나보다  화를 내준 사람, 사람, 사람, 사람...


그리고 놀란 우리 가족들.


5.


회복 시간이 길어지면  어떻게 되는 걸까.


얼마  읽었던 소설'' 자꾸만  생각난다.

소설  주인공은 교통 사고로 거의 식물인간이  , 장모의 수발을 으며 천천히 세상으로부터 고립된다. 가벼운 사고는 웃으면서 만날  있지만, 무거운 사고 앞에서 사람들은 묘하게 불편해진다. 


예고 없 들이닥치는 트럭처럼 불행은 막을 수가 없다.

잊히는   순간이다.

다들 자기 앞의 생을 살기 바쁘다.


이대로 사라져도 괜찮지 않을까.

조용히.

편안.



@클레멘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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