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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verFenber Sep 16. 2023

낡은 자동차가 빈티지 카가 되는 기준은?

감성공학과 올드 카 문화


자동차는 오늘날 우리 생활 속 이동을 책임지고 있는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 중 하나이다. 세계 경제 성장과 함께 귀족을 위한 고급품에서 모두의 실용품으로 자리 잡은 자동차는 더 이상 이동만이 아닌 다양한 가치를 품은 콘텐츠가 되었다. 누군가는 호화로운 럭셔리카를, 누군가는 분위기를 압도하는 슈퍼카를 생각하겠지만 오래된 스포츠카를 가슴 속 드림카로 가지고 있는 이 또한 적지 않다. 특히 만화 <이니셜 D>로 자동차 애호가들의 가슴을 울린 매력적인 레트로 스포츠카의 디자인 포인트를 짚고 이들이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 속에 담긴 헤리티지에 대해 알아보자.


페라리 디노 246GT 1967 (위) 페라리 308GT 1975 (아래) ⓒGraypaul


다 같은 올드카가 아니다

자동차 시대 구분은 1975년을 기준으로 그 전 세대를 빈티지, 그 후를 모던으로 분류한다. 익숙한 레트로 스타일 자동차는 모두 이때 생산된 자동차고 자동차 디자인 역시 70년대를 기준으로 크게 나뉜다. 한눈에 봐도 아래에서 올라오는 리트랙터블 라이트(Retractable Light)가 채용된 70년대 이후의 디자인이 더 현대적으로 보인다.


만화 <완간 미드나이트>의 악마의 Z로 유명한 DATSON 240Z (NISSAN 페어 레이디Z S30) ⓒMotortrend
1962년 로터스 엘란과 이를 참고한 디자인의 1989년 마쯔다 미아타 ⓒTopgear


레트로 스타일 자동차

앞서 70년대와 그 이전 세대 자동차 디자인의 변화를 짧게 살펴보았다. 비슷한 시기에 저가형 브랜드 닷선(DATSUN)을 내세운 닛산(@nissan)과 도요타(@toyota)는 자동차 업계에서 신흥 강자로 성장했다. 80년대 폭발적인 경제 성장 속에 일본 자동차 제조업은 절정에 달하며 황금기를 맞이한다. 이런 경제 호황 속 사치 지향적 풍조로 소형 스포츠카가 다시 주목받았는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쯔다(@mazda_jp)는 1962년 영국의 소형 스포츠카인 로터스 엘란(Lotus Elan)을 모티브로 1989년 미아타(Miata)를 출시한다.


숨어있다 필요할 때만 튀어나오는 미아타의 리트랙터블 라이트 ⓒAutorevolution


마쯔다 MX-5 미아타

1989년 출시한 미아타는 오래된 유럽산 스포츠카의 디자인을 참고만 한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으로 각색되었다. 전면과 후면, 휠에서 드러나듯 전반적으로 둥근 콘셉트에 리트랙터블 라이트(Retractable Light)를 가진 미아타의 디자인은 근 10년 동안 자동차 신에서 찾아볼 수 없던 스타일이었다. 60년대 영국산 고급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룩에 경쾌한 후륜 구동의 주행 감각과 소프트탑 옵션이 적용된 저렴한 일제 로드스터 미아타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경제 호황으로 고조된 자유와 즐거움의 표상으로 현대인의 개별적 삶과
심리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만족시키는 대표적인 차량이었다.

                                                           - 이옥분 디자인학 박사                          

        


왼쪽부터 ⓒAuto-Data ⓒMazda ⓒFord

1974년 첫 출시 이후 유럽 시장 베스트셀러 해치백이 된 폭스바겐 골프의 디자인이 1991년 3세대로 크게 바뀌었다. 한층 유연해진 헤드램프와 바디라인이 돋보인다. 이는 미아타감성공학 열풍을 주도한 마쯔다에서 동년에 출시한 신형 RX-7 FD3S도 비슷하다. 1985년 RX-7 FC3S(흰색)에 비해 디자인 큐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격변은 미국 시장에도 이어진다. 중동발 오일 쇼크 이후 고배기량의 대용량 엔진 개발을 축소한 미국의 머슬카 시장도 바뀐 소비자의 눈을 의식한 것일까. 유명 머슬카 브랜드 포드 머스탱은 1994년, 4세대에 접어들면서 일명 폭스바디라 불리는 유선형의 디자인으로 진화해 조명받았다.



느낌을 주는 디자인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미아타의 디자인 속에는 1986년 일본에서 탄생한 감성공학이 깃들어 있다. 감성공학(Kansei Engineering)은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이 아닌 사람의 감성을 분석해 디자인 요소로 엮는 학문이다. 미아타의 성공 이후 마쯔다는 물론 일본 자동차 업계는 70, 80년대에 유행했던 직선 위주의 디자인을 탈피했고 청각과 후각, 촉각적 요소로 확장해 갔다. 듣기 좋은 엔진음부터 고급스러운 도어 소리까지 감각적인 소리를 위해 연구했다. 이러한 미아타의 노력을 통해 차세대 디자인에는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반영되기 시작한다. 바다 건너 미국과 유럽의 제조사들도 감성공학 열풍에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선보이며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다.


ⓒGamsunglab


미아타가 남긴 유산

1986년 마쯔다의 회장 야마모토 켄이치가 미아타와 함께 세계에 내놓은 감성공학은 형용사를 이용하는 형용사 분석법(Seantic DIfferential Method)과 함께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인 디자인 트렌드가 되었다. 일본의 주류 브랜드 아사히(@asahisuperdrybeer)에서 개발한 마시기 편리한 캔 뚜껑을 현재 거의 모든 캔 용기에서 찾아볼 수 있듯 말이다. 영화 <허(Her)>에서 주인공이 인공지능 로봇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것은 감성공학에서 비롯된 심리 반응을 인지하여 컴퓨터와의 상호작용에 활용하는 감성 컴퓨팅 기술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미아타가 자동차 업계에 한 획을 그은 아이디어가 광범위한 산업군에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낸 것이다.



미아타의 개발 프로토타입과 회장 야마모토 켄이치 ⓒMazda

1990년대는 예술의 여러 영역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은 시대다. 패션계에서는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의 혁신적인 컬렉션이 주목받았고 거리에서는 형형색색의 스트리트 패션이 활보했다. 90년대 레트로 자동차에 현대 차량에 없는 특별한 느낌이 있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견을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감각적인 디자인이 한 시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마쯔다 미아타의 무기는 과거로의 회귀였다. 그들은 당시 주류이던 직선 위주의 에어로다이나믹(Aerodynamic) 디자인을 거부한 채 1960년대 레트로풍 디자인을 택해 옛것의 헤리티지를 재해석했다. 단순히 획기적인 것을 넘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답습과 성찰을 토대에 두어야 한다. 유행과 열풍 대신,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것에 접목하는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New Perspective, Different Story.

이 글은 패션 웹 뮤지엄 온큐레이션에 투고된 글입니다 @Oncu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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