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내 존재만으로
그대에게 아픔을 주다니
나는 사라져야했습니다
그대의 세상에서 문제란
세상도 아니고 그대도 자신도 아니고
나였단 것 알았기에 나는 나를 참 지우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요 겨우 내 고요한 눈처럼 쌓여온 거절은
내 마음에 남아 거친 눈사태 되어 우리 인연을 쓸어갔습니다
그댈 닮은 봄은 너무 늦게 찾아오고 말았지요
거절을 피해 비탈에 쓸려내려간 마음은 조각나서 부서지고
내게 남은 것은 한줌 소중한 그리움 뿐입니다
우습게도 참 이것만은 내어줄 수 없습니다
사는 동안 우리는 아마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바다 건너 이름도 모를 나라의 어떤 나무
그대 닮은 봄이 찾아와도 모르듯
내가 죽는다하여도 알리 없겠지요
다만 그것이 퍽 나를 슬프게 합니다
그대가 추억 속 저와 대화를 나누실 때 혹시 오해할까봐
혹시 그곳에 남겨진 내가 그대를 아프게 할까봐
부서진 주제에 미련을 남기게 되는 모양입니다
알지 못할지도 모르겠지요
겨울이여서 사랑했고 봄이여서 사랑했단 말들
난 그대 미워한 적 없단 말들
만약 아주 만약 아주 슬프고 기쁜 우연으로
우리 서로 만난다면
어색한 인사도 어색한 웃음도 없이
난 그댈 한번 안아보고 싶습니다
그 순간 세상에 둘 뿐인것처럼 사랑하고 싶습니다
오랜 조각들
부서진 조각들
조각을 더 조각내어 봅니다
내 먼 소식이 혹여 당신에게 닿을 때
나의 슬픔도 나의 기쁨도 나의 숨결도
먼지처럼 느낄 수 있게
그래도 가끔
내 꿈에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왜 여지껏
한번도
찾아와주질 않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