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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길 위에 서서

#657

by 조현두

바람이 불어와 흔들리던 나뭇가지
그 아래 서서 어떤 이름 웅얼거려 본다
지나간 자리마다 남은 온기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다


네가 날 두고
바람이라 했을 때 나는 말없이 멈추었다
바람은 다만 지나가는 것이니
다만 흔적도 없이 흩어지는 것이니


바람도 돌아보면
뿌리가 있는 것을
그것을

우리는 알지 못했구나


서리 내린 풀잎 위에도
햇살이 내려앉듯
나는 너에게
그저 머물고 싶었을 뿐


너의 길 위에
남은 흔적이 있다면
그것이 바람이 아니기를

그것이 다만
봄날의 흙냄새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것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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