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추어

#677

by 조현두

저는 필시 누군가에게

아주 끔찍한 인간입니다

제대로 책임지지 못할 마음을

이리저리 내어버린 미천한 영혼을 가졌습니다


나의 용기란 창문 틈

비집고 들어온 볕

그 아래 비치는 먼지처럼 흩어집니다

비루한 다짐이 어설퍼서 더욱 쓰라립니다


거울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지 오래되었습니다

내가 너무 자주 끔찍해져서 일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나도 마주할 수 없고 누구도 마주 할 수 없으니

나는 내가 이렇게 부끄러울 수 없습니다


조각난 거울의 수만큼

날 상처내어야 살아있을 수 있으니

무심하게 버려진 인형과

거울 속 나는 이제 차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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