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3
사람이란 저마다
제 세상을 이고 지고 오는 것이라
나는 그 사람이 어디서 왔고
무엇을 지녔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 사람이 저 혼자 온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안다
세상은 흔히 말한다
너는 네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그러나 그것은 너무 고운 말,
저 산기슭에 흙먼지가 이는 것처럼
우리 삶도 저 혼자 이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우리가 짊어질 것은 책임이 아니라 감당이라
책임은 바람처럼 스쳐 가고
감당은 아침이면 문턱을 넘어 들고
밤이면 지친 몸을 눕히는 것
사람은 그저
길 위에 서서 어디로 갈지 생각하고,
한 걸음을 내딛는 결심을
발끝 무게 사이에 더할 뿐
그러니 너는
책임질 것만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것은 감당하며
그저 네 몫의 하루를 살아가거라.
이 말이 너에게 닿을지 모르겠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