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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는 날

#684

by 조현두

창문을 열었는데
바람이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가만히 손을 흔들어보았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지만
손끝에서 미끄러진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알지 못했다

그리워하면 안 될 것 같은 것들이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다
눈을 감으면 더 또렷해지는 얼굴들,
벽에 걸린 낡은 사진처럼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들.

나는 이 모든 감정을
조금 더 두었다가 치우기로 한다
시간이 지나면
먼지처럼 흩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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