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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온전한 삶

#706

by 조현두

그날
나는 이름 없는 체온을 하나
몸 깊숙이 받아들였다

다만 창이 반쯤 열려 있었고
바람은 가볍게 지나갔다


그대의 손이 닿았을 때
나는 한 송이의 물결이었고
부서지기 위해 부서진 게 아니라
그에게 건네지기 위해
한 순간 흘렀다


나는
그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그대 역시
나에게 어떤 이름도 불러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의 나는
존재였다기보다
존재했던 무언가였다


하지만 햇빛이 하얀 발목을 더듬고
내 몸 안에서
그대의 열이
아직도 따뜻하게 남아 있을 때


나는 알았다
그가 나를
한 번은 완전히
살게 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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