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5
당신이 나를 바라봤을 때
나는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작은 틈으로 스며드는 빛처럼
당신은 내 안에 조용히 들어왔다
사랑해요, 아주 많이
그 말은 처음엔 입술에 닿기 무서웠고
나중엔 눈물로만 흘러나왔다
울면서 잠들던 날들 속에서도
당신 이름은 내 심장의 가장 맑은 쪽에
깨끗이 남아 있었다
사랑해요, 라는 말에 담긴
모든 고마움과 안도,
망설임과 확신까지
나는 다 당신에게 건넸어요
당신의 대답 하나만으로도
여한이 없을 만큼
당신을 사랑했던 사람이었어요
그러니 부디 기억해주세요
내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당신이어서,
그 모든 걸 내어준 거였다고
그 누구보다
당신을 많이, 오래, 아프도록 사랑했어요